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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3

8cutSEOUL: 10. 홍대 벽화로의 초대. '여덟 개의 벽화 그리고 한 편의 시'



초대


-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당신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자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꿈을 간직하고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몇 살인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다만 당신이 사랑을 위해
진정으로 살아 있기 위해
주위로부터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행성 주위를 당신이 돌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슬픔의 중심에 가닿은 적이 있는가
삶으로부터 배반당한 경험이 있는가
그래서 잔뜩 움츠러든 적이 있는가
또한 앞으로 받을 더 많은 상처 때문에
마음을 닫은 적이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나의 것이든 당신 자신의 것이든
당신이 기쁨과 함께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미친 듯이 춤출 수 있고, 그 환희로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까지 채울 수 있는가
당신 자신이나 나에게 조심하라고, 현실적이 되라고,
인간의 품위를 잃지 말라고
주의를 주지 않고서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당신의 이야기가 진실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에게는 진실할 수 있는가
배신했다는 주위의 비난을 견디더라도
자신의 영혼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것이 예쁘지 않더라도 당신이
그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가
그것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더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누구를 알고 있고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당신이 슬픔과 절망의 밤을 지샌 뒤
지치고 뼛속까지 멍든 밤이 지난 뒤
자리를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나와 함께 불기의 한가운데 서 있어도
위축되지 않을 수 있는가
모든 것이 떨어져 나가더라도
내면으로부터 무엇이 당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자기 자신과 홀로 있을 수 있는가 
고독한 순간에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을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2013-07-18

8cutSEOUL: 09. 휘경동 기찻길 다리 밑 살아있는 것들을 보라


8cutSEOUL

 09. 휘경동 기찻길 다리 밑 살아있는 것들을 보라




살아 있는 것들을 보라.
사랑하라.
놓치 마라.

- 더글라스 던





'어디로 칠까.. 가만 있어 봐.. 요쪽? 아니 죠쪽?'

'아따.. 빨랑 좀 쳐유'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은
인생에서 일차적으로 할 일은 바로 즐기는 것임을 안다.
All animals except man know that the principal business of life is to enjoy it.

- 새뮤얼 버틀러
Samuel Butler





'야야, 내가 그렇게 무서워?  정면 승부 하자니까??  자식들.. 쳇'



살아야 할 유일한 이유를 마침내 깨닫고 보니
그것은 바로 즐기는 것이었다.
I finally figured out the only reason to be alive is to enjoy it.

- 리타 메이 브라운
Rita Mae Brown





'하나, 두어, 서이~  아 종아리 땡겨부는 구마.'




'그래서?'

'뭘 또 그래서여.. 그냥 못 이기는 척 했지 뭐.'

'할머니네 며느리 고것이.. 아주 앙칼지게 생겼잖여?'

'히히'


...


'어..어.. 좋아! 오늘 손맛 좀 사는데!'




소소한 일들을 통해 기쁨을 얻을 수 있다.
Teach us delight in simple things.

- 루디야드 키플링
Rudyard Kipling




'아이고..  오늘은 날 좋~네'

'긍게 말여.. 좀 이따 장이나 같이 보러 갈텨?'




행복은 거의 실현성이 없는 큰 재산으로 만들어지기보다
매일매일 발생하는 사소한 혜택들로 만들어진다.
Happiness consists more in the small conveniences of pleasures 
that occur every day, than in great pieces of good fortune 
that happen but seldom to a man in the course of his life.

- 벤저민 프랭클린
Benjamin Franklin




'니가 먼저 할래?'

'왜? 형 무서워?..'


'아이 참.. 형아들 빨리 좀 타'




고요한 한 순간, 분수로 물이 떨어지는 순간, 여자아이의 목소리..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순간. 이런 것들이 바로 삶을 구성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현명한 자라면 이런 순간들이 도망가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This - this was what maed life: a moment of quiet, the water falling in the fountain, the girl's voice...
a moment of captured beauty.
He who is truly wise will never permit such moments to escape.

- 루이 라무르 
Louis L'Amour




'자들 좀 봐.  뭘 저래 야기하나..'

'아이구..  아까부터 애비가 힘드네 힘들어. 하하'




'어! 야~ 우리 물총 놀이 하자!'

'어? 물.총.놀.이~?
좋아. 나 집에 갔다 올께. 잠깐만 기다려!'




나는 결국 인생사에서 감미로우면서도 단순한 일들이
진정 위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I am beginning to learn that it is the sweet, 
simple things of life which are the real ones after all.

- 로라 잉걸스 와일더
Laura Ingalls Wilder

8cutSEOUL: 08. 4.19묘지 청춘들이 아름다운 이유


8cutSEOUL

08.  4.19묘지 청춘들이 아름다운 이유



4.19묘지 가는 길

이 곳에서, 그 곳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아이 업은 엄마가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을만큼, 우리들 가까운 곳에 
평화로운 길 자락 위에 있었다.
잠들어 있는 그들이 마음껏 뛰어다니고 싶어했을 
그런 길 위에.




사월 학생 혁명 기념탑

'1960년 4월 19일  이 나라 젊은이들의 혈관속에 정의를 위해서는 
생명을 능히 던질 수 있는 피의 전통 용솟음 치고 있음을 역사는 증언한다.
부정과 불의에 항쟁한 수만 명 학생 대열은 의기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로 세웠고 민주 재단에 피를 뿌린 185 위의 젊은 혼들은 거룩한 수호신이 되었다.
해마다 4월이 오면 접동새 울음 속에 그들의 피 묻은 혼의 하소연이 들릴 것이요.
해마다 4월이 오면 봄을 선구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에
되살아 피어나리라.'



그들, 4.19 묘지의 청춘들과의 첫 대면은
위와 같았다.

입구에서 상징문을 지나 참배로를 걸어가면 위처럼 '사월 학생 혁명 기념탑'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해주는 문구를 접할 수 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었을까?

무언가 엄청나게 특별한 사람들이었을까?

그들을 휘감는 거창한 문구에 나는 주눅들지 않을 수 없었고,
그리 큰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과의 거리감을 잠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4.19 묘역


기념탑과 문구 뒤로 난 길을 걸어 가니, 그들이 있었다.

그곳은 소박했다.

각자의 한 평 남짓 땅에
그들의 마지막 작은 뒷척임과 나즈막한 숨결이 간직되고 있었다.

잠들어 있는 그들은,
결코 나와 다른 존재가 아니었다.




故 고순자 학생 묘비


'1937년 5월 8일 생.
서울출생(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4년 재학.
1960년 4월 19일 세종로 시위중 총상 사망'


그렇지만,

자신의 삶과 꿈을 버리면서까지
보이지 않는 더 큰 무언가를 위해 어떻게 나아갈 수 있었을까.
어떻게 저항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과연 자신을 버린 것이었을까?
자신 밖의 거대한 무언가에만 저항하고 있던 것이었을까?


우리는 그렇게 배웠지만,
나는 이에 저항한다.

그들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 길로 나아갔다.
그들이 무엇보다 저항한 것은 
두려워하며, 불의에 눈감으려 하는
자기 자신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요즘에도
촛불시위와 여러 집회가
이 날의 저항 정신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개개인의 일상의 삶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저항의 힘은 많이 약해져 있는 것 같다.


사회와 역사를 위하면서도
스스로를 뛰어 넘고자 했던
이곳 청춘들의 저항이
아름다워 보인다.



묘지


자신을 영원히 잠재울 수 있는,
그 두려움 속으로.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또한 없었다면,
그들은 그 험난한 길로 나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묘역에서 발길을 다시 뒤로 조금만 돌리면
이 층으로 된 4.19 혁명기념관을 둘러볼 수 있다.

그 앞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초중고 학생들이 적은 감사의 편지가 가득 걸려있었다.


나는 이 곳 4.19묘지를 한 바퀴 둘러보면서도
부끄럽게..
그들에게 무엇보다 먼저 깊이 감사해야 함을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오늘 누리는 청춘의 자유에 대해
그들에게 감사드린다.




방명록


나는 살아오며 알게 됐다.
누군가의 용기는, 다른 사람에게 설레임과 희망을 준다는 것을.

이 곳에 잠들어 있는 청춘들이 보여 준
아름다운 저항 정신과 그 용기는
나를 설레게하고 희망을 갖게 해주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는
삶을 살아보자고 생각하며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그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내가 있어야 할 '이 곳'으로.


2013-07-15

8cutSEOUL: 07. 명동성당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8cutSEOUL

07. 명동성당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 곳은 명동에 있는 천주교구 성당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우리가 사는 곳 주변을 둘러보면 보통 동 단위로 교구가 나뉘어 천주교 성당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지금 있는 곳 가장 가까운 데에는 공릉성당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와 같이 명동성당도 그와 같은 한 곳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이 곳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곧 거기에만 머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내가 특별히 종교가 없음에도, '명동성당'이란 이름을 자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곳에서 행하는 미사나 집회, 강연등이 우리나라의 사회,역사적 중요한 일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며, 또한 이곳으로부터 나오는 목소리가
그 만큼의 비중과 영향력있는 것으로 다뤄져 왔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지만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물결속에서
이 곳은 성지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알고 있다.
6월항쟁의 계기가 되었던 서울대 박종철군의 죽음을
추모하는 미사가 행해졌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오늘날에도 이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곳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요한 바오르 2세 교황의 방문,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활동지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나는 무엇보다 이 곳에서 이루어졌던 한 강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인상이 깊이 남았던 적이 있다.

지금은 모두 돌아가신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의 이야기다.
당시(1997년) 법정 스님께서는 서울 성북동 한 곳에 있던 터와 건물들을 기증 받아
그곳을 '길상사'라는 절로 새롭게 바꾸어 개원하셨다.
그런데 그 절이 새롭게 시작하던 날, 
김수환 추기경이 바로 그 자리에 오셨다. 그리고 좋은 앞 날을 위한 축사도 하셨다.
법정스님의 말을 빌리면 
추기경님이 '넓은 도량'을 갖고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것이다.

그런데 그 이듬해(1998년) 몇달이 지나지 않아서는 
법정스님 역시 그런 분이란 걸 보여주셨다.
추기경님의 축사에 답례하기 위해, 이번에는 법정스님이 명동성당을 찾은 것이다.
신부, 수녀, 신도들 천 여명이 가득 메운 명동성당에서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특별강연을 함으로써
추기경님으로 받은 감사함에 보답하셨다.
이 날은 불교계 인사가 명동성당에서 처음 강연한 날이라 더 뜻깊었다고 한다.
금융위기가 막 시작되며 사회에 거센 물살을 끼얹고 있을 때라 
두 분의 모습이 더 의미있고 절실하게 다가왔을 것 같다
경제난과 사회양극화가 뚜렷한
오늘 2013년에 두 분의 지혜를 더이상 전해 듣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이처럼 명동성당은 사회,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하나의 종교를 넘어서는 곳이며, 하나의 계층을 넘어서는 곳이다.


물론 그렇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오늘 내가 둘러보고 온 명동성당은 그런 모습들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나의 동네 성당과 같은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
그곳에는 시민들의 일상이 있었고, 관광객들의 설레임이 있었고,
신도들의 믿음이 있었다.
그들 모두는 입술을 움직이는 듯 마는 듯 하며,
저마다 무엇인가 소망을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 곁을 지나가며 거리를 두지는 않았다.
그들의 소리가 나를 멀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과 나를 맞이하는 명동성당 곳곳을 둘러보며
벽돌 틈으로부터, 촛불의 온기로부터, 적막한 어둠으로부터
신비로운 소리들을... 또한 들을 수 있었다.





명동성당



'단 한 가지의 사건이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내 내면의 이방인을 깨워놓을 수 있다.'
A Single event can awaken within us
a stranger totally unknown to us.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Antoine de Saint-Exupery




성당 외부를 둘러보고 있는 관광객들



'전심을 다해 보낸 하루는 세상을 발견하는 데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One day, with life and heart, is more than time enough to find a world.

- 제임스 러셀 로웰
James Russell Lowell




쉼터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시민들



'사랑하고 자주 상처를 입는 것,
그럼에도 또다시 사랑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용감하고 행복한 삶이다.'
To love, and to be hurt often,
and to love again - that is the brave and happy life.

- J. E. 부시로즈
J. E. Buchrose





신도와 방문자들이 소망을 빌며 하나 둘 켜놓은 촛불들




'무엇인가 더 큰 일울 이루려고 한다면, 활동하는 데 만족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꿈을 꾸어야 한다.'
To accomplish great things, we must dream as well as act.

-아나톨 프랑스
Anatole France





지하 성당에 있는 고해성사 공간



'속에 있는 것을 모두 다 겉으로 표현해내야만
보다 맑고 순수한 흐름이 나올 수 있다.'
It is only by expressing all that is inside
that purer and purer streams come.

-브렌다 어랜드
Brenda Ueland






성당 내부 문 위에 있는 스태인드글라스



'사람은 스테인드 글라스와 같다.
햇빛이 밝을 때는 반짝이고 빛나지만, 어둠이 찾아 왔을 때는
내면의 빛이 있어야만 비로소 그 진정한 아름다움이 모습을 드러낸다.'
People are like stained glass windows.
They sparkle and shine when the sun is out,
but when the darkness sets in, their true beauty is revealed
only if there is a light from within.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Elisabeth Kubler-Ross





사람들이 미사에 참석중이다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선행은
당신의 것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The greates good you can do for another is not
just to share your riches, but to reveal to him his own.

-벤저민 디즈레일리
Benjamin Disraeli





누군가 미사가 끝난 뒤 혼자 남아 기도하고 있다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불완전한 것들을 완전한 것들과 똑같이
가치 있게 여기기 위한 방법이다.'
To accept ourselves as we are means to value our
imperfections as much as our perfections.

- 샌드라 비리그
Sandra Bierig





성당을 나서는 길에 비가 조금씩 쏟아지고 있었다.
보슬비라 눈에 잘 보이지도, 내리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내 얼굴과 팔, 다리에 닿는 감촉만으로
내가 비를 맞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명동성당은
그 감촉 하나에도 감사해야 함을 
나에게
들려 주고 있었다.


...


'인격은 편안하고 아무 일 없는 고요한 시기에 성장하지 않는다.
오직 시련과 고난을 겪은 후에
영혼이 강해지고 패기가 생기며 성공할 수 있다.'
Character cannot be developed in ease and quiet.
Only through experience of trial and suffering can
the soul be strengthened, ambition inspired,
and success achieved.

- 헬렌 켈러
Helen Keller


2013-07-10

8cutSEOUL: 06.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 2) 상계동 양지마을


8cutSEOUL

06.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 2) 상계동 양지마을


서울에 남아 있는 마지막 달동네 두 군데 중 한 곳인 상계동 양지마을에 다녀왔다.
지난번 다녀온 '중계동 104마을'과 비교하면 인기척이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졌다.
104마을이 달동네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마을 곳곳에 활기가 불어져 있는 것 같았다면, 이 곳 양지마을은
마을 사람들의 실생활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104마을이 하나의 큰 언덕에 비교적 넓게 자리잡고 있다면, 
양지마을은 이미 언덕의 절반 이상을 빌라단지에 내주고 있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그곳 건물들과 대비되어 보였다.
더 낡아 보이고, 더 침침해 보이고, 더 작아 보였다.
아마 흔히 말하는 달동네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를 
이 곳 양지마을이 갖고 있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가진 것이 많지 않고, 힘이 없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눌려 살아간다고
여겨지는 그 '달동네' 말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이곳 양지마을을 둘러보며,
그 말이 어느 정도는 맞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진을 통해 그 동안 '달동네'에서 놓치고 있던 것을 찾아보자.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LPG가스통을 사용한다. 
달동네에 낯설지 않다.



건물들 사이로 줄을 매달아 빨랫줄처럼 사용한다.
이것도 낯설지는 않다.




집안에 물건을 둘 곳이 넉넉치 않아
골목담벽에 물건들을 쌓아놓는다.
이것도 달동네하면 흔한 풍경이다.



무엇보다 비좁은 골목골목.
아무리 봐도 달동네같은 모습만 보인다.
오래되고 허름하고 비좁고..



그런데 그런 것들 틈 사이로,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이 사진을 보고 다시, 위의 사진들을 자세히 보았으면 좋겠다.
이곳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어려운 삶 속에서도 
식물하나 애써 기를 마음의 여유 하나는 갖고 있었다.
자기만 보고자 하는 것도 아니었고,
지나가는 사람도 보고 흐믓해 할 수 있게
자기 집 앞에 하나씩 내어 기르고 있었다.





슈퍼 앞에 있는 의자들이 모두 낡고 제각각이다.
그런데 꽃과 함께 그것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이 곳 양지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잘 드러내 준다.
물질적 부족함에 마음마저도 그럴 것만 같지만,
이 곳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보름달 같이 온기있고 가득차보였다.
그래서 '달동네'라고 하는건가?




한 골목만 건너가면 재계발되어 줄지어 세워진 빌라들이 가득하다.



이 곳을 지나가다 보면
'달동네'에서 우리가 그간 놓치고 있던 것이 무언인지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

2013-07-06

8cutSEOUL: 05. 서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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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서울역




서울역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서울로 들어오는 한편,
또한 서울을 나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 향한다.



모두들 자신이 갈 곳을 정하고 그에 맞게 표를 끊는다.



시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목적지에 제때 도달하기 위해 
모두 긴장을 늦출수만은 없다.


목적지가 분명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서로를 마주하게되면 조금은 혼란스럽다.
각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르고, 시간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 자신이 가고자 한 그 곳을 잊지 말자.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서, 
자신의 목적지를, 자신이 가야할 길을 마음에서 놓지말자.


때론, 그 길이 불투명하고 마냥 혼란스러워 졌다면,
물어보자. 당신을 도와줄 대상이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말자.


그마저 눈에 띄지 않을 때면, 잠시 멈추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자.
자신의 내면에서 빛나는 작은 빛 한 줄기를 살려내자.

그것이 자신의 안을 비추고, 자신이 나아갈 길을 비출때까지 
기다리고, 노력하자.


(여자 대학생 한명이 멈추어서서 가야할 플랫폼 번호를 찾고 있다.
그 옆에는 유모차에 아이 한명이 앉아있고, 그 아이 팔에는 링겔이 꽂혀있다.
아버지는 조심스레 유모차를 밀어가며 기차 타는 곳으로 내려가고 있다.)



자신의 길이, 방향이, 목적지가 조금은 분명해졌다면,
스스로 힘을 얻어 나아갈 수 있게된다면.
자신의 길을 힘차게 걸어 가자.

그리고 또한 잊지 말자.
당신이 그랬듯 
지금 혼란스러워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당신 곁에 또한 있다는 것을.

2013-07-05

8cutSEOUL: 04. 중화동 골목길에서 맞딱드린 뜻밖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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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중화동 골목길에서 맞딱드린 뜻밖의 장소



노원구 옆에 있는 중랑구에는 주택이 많다.
번화한 거리나 건물 등은 쉽게 찾아볼 수 없고, 
보이는 것들마다 평범해서 그냥 일반적인 동네라는 느낌을 준다.

나는 지금 머물고 있는 학교 근처(노원구)에서
가끔씩 이 곳(중랑구)을 거쳐 청량리(동대문구)를 다녀오곤 한다.
그곳에 영풍문고 서점과 같은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고갈때는 주로 걷는다.
걷는 것 자체를 좋아해 운동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걸으며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작은 여행이라고도 생각하며 걷는다.

중랑구 특히 중화동을 걸을때면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골목들 여러개가 길게 이어져 있으면서,
그 곳엔 가정집이나 작은 동네슈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의 다른 번화한 동네들과는 어느정도 대조를 이룬다.


그런데, 나는 이 곳 중화동 골목에서
 그것도 수 차례 그곳을 왔다갔다 한 후에야 비로소 마주한 장소가 있다.




그날도 중화동을 가로 질러갈 수 있는 지름길 같은 골목길 하나를 걷고 있었다.




골목길이 생각보다 길다. 태릉입구역(노원구) 근처에서 시작되는 골목길은
중랑역(중랑구)까지 이어지는데, 15~20분은 걸어야 하는 거리다.
이 길을 걷다보면, 이곳이 일반 주택가이다보니 가끔은 지루하기도 하다.



그 거리를 반쯤 걷다보면, 꽃집 하나가 눈에띈다.



골목길에서는 유일한 꽃집인데, 꽃을 직접 사지 않고도
지나가는 눈길만으로도 보고 미소짓게 만드는 꽃집이다.
이름이나 가게나 참 예쁜 꽃집이다.



그렇게 골목길을 걷는다. 걸을때마다 눈에 띄는 다른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평범한 길이다. 
그날도 이 골목을 다 빠져나갈때 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수차례 이미 지나갔던 골목길이었는데.., 
그날은 시간이 늦어 저녁에 이곳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한참 집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어느 한 골목에서 불빛이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곳을 처음 맞딱드렸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엔 다름아닌 시장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은 아까 말한 그 꽃집과 마주하는 골목이었다.
마치 꽃집이 그곳을 바라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 해준 것만 같았다.




이 평범하고 어찌보면 지루하기까지한 주택가 골목길 속에 
이렇게 아담하고 활기가 느껴지는 시장이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 후에 가게 할머니 한 분에게 여쭤본 것이지만, 시장이름도 따로 없다고 하셨다.
그냥 골목시장이라고 부른다고 하셨다.




나는 그날 시장을 뒤로하고 집으로 내딛는 걸음 속에서,
문득 생각했다.

내가 평소에 너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내 주변에 있어서 
그저 간단히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또 없을까.
그것이 가리키고 있거나 품고있는 것을 다 못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