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18

8cutSEOUL: 08. 4.19묘지 청춘들이 아름다운 이유


8cutSEOUL

08.  4.19묘지 청춘들이 아름다운 이유



4.19묘지 가는 길

이 곳에서, 그 곳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아이 업은 엄마가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을만큼, 우리들 가까운 곳에 
평화로운 길 자락 위에 있었다.
잠들어 있는 그들이 마음껏 뛰어다니고 싶어했을 
그런 길 위에.




사월 학생 혁명 기념탑

'1960년 4월 19일  이 나라 젊은이들의 혈관속에 정의를 위해서는 
생명을 능히 던질 수 있는 피의 전통 용솟음 치고 있음을 역사는 증언한다.
부정과 불의에 항쟁한 수만 명 학생 대열은 의기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로 세웠고 민주 재단에 피를 뿌린 185 위의 젊은 혼들은 거룩한 수호신이 되었다.
해마다 4월이 오면 접동새 울음 속에 그들의 피 묻은 혼의 하소연이 들릴 것이요.
해마다 4월이 오면 봄을 선구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에
되살아 피어나리라.'



그들, 4.19 묘지의 청춘들과의 첫 대면은
위와 같았다.

입구에서 상징문을 지나 참배로를 걸어가면 위처럼 '사월 학생 혁명 기념탑'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해주는 문구를 접할 수 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었을까?

무언가 엄청나게 특별한 사람들이었을까?

그들을 휘감는 거창한 문구에 나는 주눅들지 않을 수 없었고,
그리 큰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과의 거리감을 잠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4.19 묘역


기념탑과 문구 뒤로 난 길을 걸어 가니, 그들이 있었다.

그곳은 소박했다.

각자의 한 평 남짓 땅에
그들의 마지막 작은 뒷척임과 나즈막한 숨결이 간직되고 있었다.

잠들어 있는 그들은,
결코 나와 다른 존재가 아니었다.




故 고순자 학생 묘비


'1937년 5월 8일 생.
서울출생(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4년 재학.
1960년 4월 19일 세종로 시위중 총상 사망'


그렇지만,

자신의 삶과 꿈을 버리면서까지
보이지 않는 더 큰 무언가를 위해 어떻게 나아갈 수 있었을까.
어떻게 저항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과연 자신을 버린 것이었을까?
자신 밖의 거대한 무언가에만 저항하고 있던 것이었을까?


우리는 그렇게 배웠지만,
나는 이에 저항한다.

그들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 길로 나아갔다.
그들이 무엇보다 저항한 것은 
두려워하며, 불의에 눈감으려 하는
자기 자신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요즘에도
촛불시위와 여러 집회가
이 날의 저항 정신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개개인의 일상의 삶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저항의 힘은 많이 약해져 있는 것 같다.


사회와 역사를 위하면서도
스스로를 뛰어 넘고자 했던
이곳 청춘들의 저항이
아름다워 보인다.



묘지


자신을 영원히 잠재울 수 있는,
그 두려움 속으로.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또한 없었다면,
그들은 그 험난한 길로 나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묘역에서 발길을 다시 뒤로 조금만 돌리면
이 층으로 된 4.19 혁명기념관을 둘러볼 수 있다.

그 앞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초중고 학생들이 적은 감사의 편지가 가득 걸려있었다.


나는 이 곳 4.19묘지를 한 바퀴 둘러보면서도
부끄럽게..
그들에게 무엇보다 먼저 깊이 감사해야 함을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오늘 누리는 청춘의 자유에 대해
그들에게 감사드린다.




방명록


나는 살아오며 알게 됐다.
누군가의 용기는, 다른 사람에게 설레임과 희망을 준다는 것을.

이 곳에 잠들어 있는 청춘들이 보여 준
아름다운 저항 정신과 그 용기는
나를 설레게하고 희망을 갖게 해주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는
삶을 살아보자고 생각하며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그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내가 있어야 할 '이 곳'으로.


2013-07-16

Quote: 50 혜민스님과 틱낫한




혜민스님: "스님, 어떻게 하면 요즘 젊은이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겠습니까?"

...


틱낫한: "가르치려 들지 말고 그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2013.5.14  서울  혜민스님-틱낫한  대담 중에서

Quote: 49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변할 뿐이다.
Things do not change. We Change.


-헨리 데이빗 소로우
Henry David Thoreau

music: 페퍼톤스 - 'Ready, Get Set, Go!', '행운을 빌어요'

*건희(김)가 추천해 준, 힘을 낼 수 있는 음악.




Ready, Get Set, Go!

- 페퍼톤스




붉은 레인을 질주하는 sprinter
거대한 익룡의 저 그림자 처럼
뜨거운 지면을 소리없이 스치는
텅빈 시야와 I am a new black star

출발을 알리는 경쾌한 총성
정적을 삼키고 열광하는 함성
떨리는 호흡은 이 전부를 집어삼킬
강렬한 욕망 I am the fastest gun

돌이킬 수 없는 승부 이름조차 잊어버린
이순간, 지옥으로 돌진하는 전차
붉게 충혈된 의지는 오직 하나뿐인 진실
순간 거짓말처럼 시간은 멈추고 펼쳐지는 저 지평선

Ready and get set go! Indigo skies up high!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순간
Ready and get set go! This is the time we go!
지금 여기서 숨이멎어도 후회 따위는 없어
불타는 태양
I`m a new black star


오래전의 약속들과 눈앞에 펼쳐진 것들
마침내 우리는 여기까지 왔어
깊은 호흡 눈을 감고 바람의 속도를 느껴
순간 거짓말처럼 시간은 멈추고 펼쳐지는 저 지평선

Ready and get set go! Indigo skies up high!
내 전부를 터트리는 이 순간
Ready and get set go! This is the time we go!
지금 여기서 숨이 멎어도 후회 따위는 없어
불타는 태양 I`m a new black star

Ready and get set go! Indigo skies up high!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순간
Ready and get set go! This is the time we go!
나에게 주어진 단 한번의 기회는 지금

Ready and get set go!
내 전부를 터트리는 이 순간
Ready and get set go!
지금 여기서 숨이 멎어도 후회 따위는 없어
불타는 태양
And I am a new black star






행운을 빌어요

- 페퍼톤스



반짝 눈부신 날
쨘하고 나타날 것 같아
방금 짖궂은 그 표정

문득 머리위로
차가운 공기가 흐른다
이젠 인사를 할 시간

시작하는 여행자여 안녕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때
오 그대로 내가 사랑한
너의 말투 너의 웃음 그대로

생각해보면 똑같은 풍경
이 하늘과 바람, 복잡한 도시
오 그대여 눈을 감으면 
나는 늘 여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행운을 빌어줘요 
웃음을 보여줘요 
눈물은 흘리지 않을게, 굿바이
뒤돌아 서지마요 
쉼없이 달려가요 
노래가 멈추지 않도록
수많은 이야기 
끝없는 모험만이 
그대와 함께이길

안녕 고마웠어
짧았던 너와 나의 계절
끝은 또 하나의 시작

잔뜩 배낭을 멘
작은 어깨를 두드린다
이젠 떠나야 할 시간

숨가쁜 시간의 강을 건너
엇갈린 축의 바람이 분다
오 그대 작은 별이 되기를
망설였던 나의 서툰 노래 이젠 할 수 있어

행운을 빌어줘요 
웃음을 보여줘요 
눈물은 흘리지 않을게, 굿바이
뒤돌아 서지마요 
쉼없이 달려가요 
노래가 멈추지 않도록
수많은 이야기 
끝없는 모험만이 
그대와 함께이길

행운을 빌어요

빛나기 시작한 별 
세차게 부는 바람 
눈물은 흘리지 않을게, 굿바이
오랜 시간이 흘러 
쓰러질 듯 벅찬 날 
이 서툰 노래가 닿기를
긴 여행의 날들 
끝없는 행운만이 
그대와 함께이길

2013-07-15

Quote: 48

나중에 와서야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깨닫게 된 것들,
그것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하나같이 나를 죽도록 겁나게 했다.
Anything l`ve ever done that ultimately was worthwhile,
intially scared me to death


- 베티 벤더
Betty Bender

8cutSEOUL: 07. 명동성당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8cutSEOUL

07. 명동성당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 곳은 명동에 있는 천주교구 성당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우리가 사는 곳 주변을 둘러보면 보통 동 단위로 교구가 나뉘어 천주교 성당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지금 있는 곳 가장 가까운 데에는 공릉성당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와 같이 명동성당도 그와 같은 한 곳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이 곳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곧 거기에만 머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내가 특별히 종교가 없음에도, '명동성당'이란 이름을 자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곳에서 행하는 미사나 집회, 강연등이 우리나라의 사회,역사적 중요한 일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며, 또한 이곳으로부터 나오는 목소리가
그 만큼의 비중과 영향력있는 것으로 다뤄져 왔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지만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물결속에서
이 곳은 성지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알고 있다.
6월항쟁의 계기가 되었던 서울대 박종철군의 죽음을
추모하는 미사가 행해졌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오늘날에도 이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곳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요한 바오르 2세 교황의 방문,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활동지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나는 무엇보다 이 곳에서 이루어졌던 한 강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인상이 깊이 남았던 적이 있다.

지금은 모두 돌아가신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의 이야기다.
당시(1997년) 법정 스님께서는 서울 성북동 한 곳에 있던 터와 건물들을 기증 받아
그곳을 '길상사'라는 절로 새롭게 바꾸어 개원하셨다.
그런데 그 절이 새롭게 시작하던 날, 
김수환 추기경이 바로 그 자리에 오셨다. 그리고 좋은 앞 날을 위한 축사도 하셨다.
법정스님의 말을 빌리면 
추기경님이 '넓은 도량'을 갖고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것이다.

그런데 그 이듬해(1998년) 몇달이 지나지 않아서는 
법정스님 역시 그런 분이란 걸 보여주셨다.
추기경님의 축사에 답례하기 위해, 이번에는 법정스님이 명동성당을 찾은 것이다.
신부, 수녀, 신도들 천 여명이 가득 메운 명동성당에서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특별강연을 함으로써
추기경님으로 받은 감사함에 보답하셨다.
이 날은 불교계 인사가 명동성당에서 처음 강연한 날이라 더 뜻깊었다고 한다.
금융위기가 막 시작되며 사회에 거센 물살을 끼얹고 있을 때라 
두 분의 모습이 더 의미있고 절실하게 다가왔을 것 같다
경제난과 사회양극화가 뚜렷한
오늘 2013년에 두 분의 지혜를 더이상 전해 듣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이처럼 명동성당은 사회,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하나의 종교를 넘어서는 곳이며, 하나의 계층을 넘어서는 곳이다.


물론 그렇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오늘 내가 둘러보고 온 명동성당은 그런 모습들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나의 동네 성당과 같은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
그곳에는 시민들의 일상이 있었고, 관광객들의 설레임이 있었고,
신도들의 믿음이 있었다.
그들 모두는 입술을 움직이는 듯 마는 듯 하며,
저마다 무엇인가 소망을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 곁을 지나가며 거리를 두지는 않았다.
그들의 소리가 나를 멀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과 나를 맞이하는 명동성당 곳곳을 둘러보며
벽돌 틈으로부터, 촛불의 온기로부터, 적막한 어둠으로부터
신비로운 소리들을... 또한 들을 수 있었다.





명동성당



'단 한 가지의 사건이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내 내면의 이방인을 깨워놓을 수 있다.'
A Single event can awaken within us
a stranger totally unknown to us.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Antoine de Saint-Exupery




성당 외부를 둘러보고 있는 관광객들



'전심을 다해 보낸 하루는 세상을 발견하는 데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One day, with life and heart, is more than time enough to find a world.

- 제임스 러셀 로웰
James Russell Lowell




쉼터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시민들



'사랑하고 자주 상처를 입는 것,
그럼에도 또다시 사랑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용감하고 행복한 삶이다.'
To love, and to be hurt often,
and to love again - that is the brave and happy life.

- J. E. 부시로즈
J. E. Buchrose





신도와 방문자들이 소망을 빌며 하나 둘 켜놓은 촛불들




'무엇인가 더 큰 일울 이루려고 한다면, 활동하는 데 만족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꿈을 꾸어야 한다.'
To accomplish great things, we must dream as well as act.

-아나톨 프랑스
Anatole France





지하 성당에 있는 고해성사 공간



'속에 있는 것을 모두 다 겉으로 표현해내야만
보다 맑고 순수한 흐름이 나올 수 있다.'
It is only by expressing all that is inside
that purer and purer streams come.

-브렌다 어랜드
Brenda Ueland






성당 내부 문 위에 있는 스태인드글라스



'사람은 스테인드 글라스와 같다.
햇빛이 밝을 때는 반짝이고 빛나지만, 어둠이 찾아 왔을 때는
내면의 빛이 있어야만 비로소 그 진정한 아름다움이 모습을 드러낸다.'
People are like stained glass windows.
They sparkle and shine when the sun is out,
but when the darkness sets in, their true beauty is revealed
only if there is a light from within.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Elisabeth Kubler-Ross





사람들이 미사에 참석중이다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선행은
당신의 것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The greates good you can do for another is not
just to share your riches, but to reveal to him his own.

-벤저민 디즈레일리
Benjamin Disraeli





누군가 미사가 끝난 뒤 혼자 남아 기도하고 있다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불완전한 것들을 완전한 것들과 똑같이
가치 있게 여기기 위한 방법이다.'
To accept ourselves as we are means to value our
imperfections as much as our perfections.

- 샌드라 비리그
Sandra Bierig





성당을 나서는 길에 비가 조금씩 쏟아지고 있었다.
보슬비라 눈에 잘 보이지도, 내리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내 얼굴과 팔, 다리에 닿는 감촉만으로
내가 비를 맞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명동성당은
그 감촉 하나에도 감사해야 함을 
나에게
들려 주고 있었다.


...


'인격은 편안하고 아무 일 없는 고요한 시기에 성장하지 않는다.
오직 시련과 고난을 겪은 후에
영혼이 강해지고 패기가 생기며 성공할 수 있다.'
Character cannot be developed in ease and quiet.
Only through experience of trial and suffering can
the soul be strengthened, ambition inspired,
and success achieved.

- 헬렌 켈러
Helen Ke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