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18

꿈꾸는 고시원 (2013.7.18)


고시원은 매우 작은 공간이다.
부족하면 부족했지 더한 거는 없는 곳이다.
그래서 누구한테 보여주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이 고시원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 늘 깨어있으라고 한다.

서울로 처음오게 되며 살기 시작한 고시원인데,
5년 후 나에게 보여주며
지금의 시간들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 
또 조그만 추억으로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 기록으로 남겨둔다.





침대에서 한번 굴러 떨어지면 더 굴러갈 곳이 없다.
그래도 공간 활용을 잘해서 인지 이 작은 방 한 곳에
여러 짐들을 들여놓고 살 수 있다.



침대가 다행히 내 키보다는 크다.
밑으로는 수납공간이 있어서 속옷,양말,면티 등을 넣어둘 수 있다.



벽에 지지되어 있는 봉에 꼭 필요한 옷들만 걸어 놓는다.
그래도 게으른 탓에 그 중에 몇개만 골라입게 되는 것 같다.
한쪽 벽에는 서울지도를 붙여놨다. 
브로마이드 크기라서 서울을 둘러보러 나갈 때
한번 살펴보는 것으로 딱 좋다.



개인 신발장이 완전 외부에 있는데, 그 곳에는 신발이 두 개 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벽에 걸린 옷걸이에, 신발이 들어 있는 주머니들을 걸어놓는다.
이렇게 해놓고 나니 신발 정리는 잘 되지만, 역시 게으른 탓인지 잘 안 꺼내 신게 된다.
이곳에 큰 우산과 가방도 걸어둔다.




책이나 옷을 둘곳이 없는 것들은 박스에 넣어 벽 한쪽에 쌓아놓는다.
그 옆에는 욕실용품이나 빨래용품을 다닥다닥 붙여놓는다.
공간활용이 잘되고 있는 지점이다.
그런데 비상문 표지판이 눈에 띈다.
가끔씩 문위에서 떨어지면 저기에 올려둔다.




이곳도 공간활용이 잘 된 곳이다.

무엇보다 옷장안에는 옷들이 조금 가득히 있다.
그래서 또 잘 안 꺼내 입는 일이 반복된다.
그 앞 종이가방에는 수건을 잘 개어 넣어둔다.
왼쪽으로 이층 짜리 수납 공간에는, 
학용품이나 물병, 스킨/로션 등 비교적 손이 자주 가는 것을 놓아둔다.
수납장 위에는 지금까지 둘러본 것들의 보충품 같이 손이 가장 안가는 것들을 놓아둔다.



책을 놓아둘 곳이 많지 않아,
이렇게 쌓아 둔다.
저 안쪽 아래에 있는 책들을 꺼내 읽을 땐 조금 힘들다. 



서울에서 처음 생활하게 된 이 곳 고시원.
아직 이 곳에 대해 결론 짓는 말들은 할 수 없다.
나는 아직 여기에 살고 있으며,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고시원, 여름에는 덥다.



2013.7.18
김홍성

8cutSEOUL: 09. 휘경동 기찻길 다리 밑 살아있는 것들을 보라


8cutSEOUL

 09. 휘경동 기찻길 다리 밑 살아있는 것들을 보라




살아 있는 것들을 보라.
사랑하라.
놓치 마라.

- 더글라스 던





'어디로 칠까.. 가만 있어 봐.. 요쪽? 아니 죠쪽?'

'아따.. 빨랑 좀 쳐유'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은
인생에서 일차적으로 할 일은 바로 즐기는 것임을 안다.
All animals except man know that the principal business of life is to enjoy it.

- 새뮤얼 버틀러
Samuel Butler





'야야, 내가 그렇게 무서워?  정면 승부 하자니까??  자식들.. 쳇'



살아야 할 유일한 이유를 마침내 깨닫고 보니
그것은 바로 즐기는 것이었다.
I finally figured out the only reason to be alive is to enjoy it.

- 리타 메이 브라운
Rita Mae Brown





'하나, 두어, 서이~  아 종아리 땡겨부는 구마.'




'그래서?'

'뭘 또 그래서여.. 그냥 못 이기는 척 했지 뭐.'

'할머니네 며느리 고것이.. 아주 앙칼지게 생겼잖여?'

'히히'


...


'어..어.. 좋아! 오늘 손맛 좀 사는데!'




소소한 일들을 통해 기쁨을 얻을 수 있다.
Teach us delight in simple things.

- 루디야드 키플링
Rudyard Kipling




'아이고..  오늘은 날 좋~네'

'긍게 말여.. 좀 이따 장이나 같이 보러 갈텨?'




행복은 거의 실현성이 없는 큰 재산으로 만들어지기보다
매일매일 발생하는 사소한 혜택들로 만들어진다.
Happiness consists more in the small conveniences of pleasures 
that occur every day, than in great pieces of good fortune 
that happen but seldom to a man in the course of his life.

- 벤저민 프랭클린
Benjamin Franklin




'니가 먼저 할래?'

'왜? 형 무서워?..'


'아이 참.. 형아들 빨리 좀 타'




고요한 한 순간, 분수로 물이 떨어지는 순간, 여자아이의 목소리..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순간. 이런 것들이 바로 삶을 구성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현명한 자라면 이런 순간들이 도망가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This - this was what maed life: a moment of quiet, the water falling in the fountain, the girl's voice...
a moment of captured beauty.
He who is truly wise will never permit such moments to escape.

- 루이 라무르 
Louis L'Amour




'자들 좀 봐.  뭘 저래 야기하나..'

'아이구..  아까부터 애비가 힘드네 힘들어. 하하'




'어! 야~ 우리 물총 놀이 하자!'

'어? 물.총.놀.이~?
좋아. 나 집에 갔다 올께. 잠깐만 기다려!'




나는 결국 인생사에서 감미로우면서도 단순한 일들이
진정 위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I am beginning to learn that it is the sweet, 
simple things of life which are the real ones after all.

- 로라 잉걸스 와일더
Laura Ingalls Wilder

8cutSEOUL: 08. 4.19묘지 청춘들이 아름다운 이유


8cutSEOUL

08.  4.19묘지 청춘들이 아름다운 이유



4.19묘지 가는 길

이 곳에서, 그 곳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아이 업은 엄마가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을만큼, 우리들 가까운 곳에 
평화로운 길 자락 위에 있었다.
잠들어 있는 그들이 마음껏 뛰어다니고 싶어했을 
그런 길 위에.




사월 학생 혁명 기념탑

'1960년 4월 19일  이 나라 젊은이들의 혈관속에 정의를 위해서는 
생명을 능히 던질 수 있는 피의 전통 용솟음 치고 있음을 역사는 증언한다.
부정과 불의에 항쟁한 수만 명 학생 대열은 의기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로 세웠고 민주 재단에 피를 뿌린 185 위의 젊은 혼들은 거룩한 수호신이 되었다.
해마다 4월이 오면 접동새 울음 속에 그들의 피 묻은 혼의 하소연이 들릴 것이요.
해마다 4월이 오면 봄을 선구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에
되살아 피어나리라.'



그들, 4.19 묘지의 청춘들과의 첫 대면은
위와 같았다.

입구에서 상징문을 지나 참배로를 걸어가면 위처럼 '사월 학생 혁명 기념탑'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해주는 문구를 접할 수 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었을까?

무언가 엄청나게 특별한 사람들이었을까?

그들을 휘감는 거창한 문구에 나는 주눅들지 않을 수 없었고,
그리 큰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과의 거리감을 잠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4.19 묘역


기념탑과 문구 뒤로 난 길을 걸어 가니, 그들이 있었다.

그곳은 소박했다.

각자의 한 평 남짓 땅에
그들의 마지막 작은 뒷척임과 나즈막한 숨결이 간직되고 있었다.

잠들어 있는 그들은,
결코 나와 다른 존재가 아니었다.




故 고순자 학생 묘비


'1937년 5월 8일 생.
서울출생(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4년 재학.
1960년 4월 19일 세종로 시위중 총상 사망'


그렇지만,

자신의 삶과 꿈을 버리면서까지
보이지 않는 더 큰 무언가를 위해 어떻게 나아갈 수 있었을까.
어떻게 저항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과연 자신을 버린 것이었을까?
자신 밖의 거대한 무언가에만 저항하고 있던 것이었을까?


우리는 그렇게 배웠지만,
나는 이에 저항한다.

그들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 길로 나아갔다.
그들이 무엇보다 저항한 것은 
두려워하며, 불의에 눈감으려 하는
자기 자신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요즘에도
촛불시위와 여러 집회가
이 날의 저항 정신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개개인의 일상의 삶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저항의 힘은 많이 약해져 있는 것 같다.


사회와 역사를 위하면서도
스스로를 뛰어 넘고자 했던
이곳 청춘들의 저항이
아름다워 보인다.



묘지


자신을 영원히 잠재울 수 있는,
그 두려움 속으로.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또한 없었다면,
그들은 그 험난한 길로 나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묘역에서 발길을 다시 뒤로 조금만 돌리면
이 층으로 된 4.19 혁명기념관을 둘러볼 수 있다.

그 앞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초중고 학생들이 적은 감사의 편지가 가득 걸려있었다.


나는 이 곳 4.19묘지를 한 바퀴 둘러보면서도
부끄럽게..
그들에게 무엇보다 먼저 깊이 감사해야 함을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오늘 누리는 청춘의 자유에 대해
그들에게 감사드린다.




방명록


나는 살아오며 알게 됐다.
누군가의 용기는, 다른 사람에게 설레임과 희망을 준다는 것을.

이 곳에 잠들어 있는 청춘들이 보여 준
아름다운 저항 정신과 그 용기는
나를 설레게하고 희망을 갖게 해주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는
삶을 살아보자고 생각하며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그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내가 있어야 할 '이 곳'으로.


2013-07-16

Quote: 50 혜민스님과 틱낫한




혜민스님: "스님, 어떻게 하면 요즘 젊은이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겠습니까?"

...


틱낫한: "가르치려 들지 말고 그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2013.5.14  서울  혜민스님-틱낫한  대담 중에서

Quote: 49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변할 뿐이다.
Things do not change. We Change.


-헨리 데이빗 소로우
Henry David Thoreau

music: 페퍼톤스 - 'Ready, Get Set, Go!', '행운을 빌어요'

*건희(김)가 추천해 준, 힘을 낼 수 있는 음악.




Ready, Get Set, Go!

- 페퍼톤스




붉은 레인을 질주하는 sprinter
거대한 익룡의 저 그림자 처럼
뜨거운 지면을 소리없이 스치는
텅빈 시야와 I am a new black star

출발을 알리는 경쾌한 총성
정적을 삼키고 열광하는 함성
떨리는 호흡은 이 전부를 집어삼킬
강렬한 욕망 I am the fastest gun

돌이킬 수 없는 승부 이름조차 잊어버린
이순간, 지옥으로 돌진하는 전차
붉게 충혈된 의지는 오직 하나뿐인 진실
순간 거짓말처럼 시간은 멈추고 펼쳐지는 저 지평선

Ready and get set go! Indigo skies up high!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순간
Ready and get set go! This is the time we go!
지금 여기서 숨이멎어도 후회 따위는 없어
불타는 태양
I`m a new black star


오래전의 약속들과 눈앞에 펼쳐진 것들
마침내 우리는 여기까지 왔어
깊은 호흡 눈을 감고 바람의 속도를 느껴
순간 거짓말처럼 시간은 멈추고 펼쳐지는 저 지평선

Ready and get set go! Indigo skies up high!
내 전부를 터트리는 이 순간
Ready and get set go! This is the time we go!
지금 여기서 숨이 멎어도 후회 따위는 없어
불타는 태양 I`m a new black star

Ready and get set go! Indigo skies up high!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순간
Ready and get set go! This is the time we go!
나에게 주어진 단 한번의 기회는 지금

Ready and get set go!
내 전부를 터트리는 이 순간
Ready and get set go!
지금 여기서 숨이 멎어도 후회 따위는 없어
불타는 태양
And I am a new black star






행운을 빌어요

- 페퍼톤스



반짝 눈부신 날
쨘하고 나타날 것 같아
방금 짖궂은 그 표정

문득 머리위로
차가운 공기가 흐른다
이젠 인사를 할 시간

시작하는 여행자여 안녕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때
오 그대로 내가 사랑한
너의 말투 너의 웃음 그대로

생각해보면 똑같은 풍경
이 하늘과 바람, 복잡한 도시
오 그대여 눈을 감으면 
나는 늘 여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행운을 빌어줘요 
웃음을 보여줘요 
눈물은 흘리지 않을게, 굿바이
뒤돌아 서지마요 
쉼없이 달려가요 
노래가 멈추지 않도록
수많은 이야기 
끝없는 모험만이 
그대와 함께이길

안녕 고마웠어
짧았던 너와 나의 계절
끝은 또 하나의 시작

잔뜩 배낭을 멘
작은 어깨를 두드린다
이젠 떠나야 할 시간

숨가쁜 시간의 강을 건너
엇갈린 축의 바람이 분다
오 그대 작은 별이 되기를
망설였던 나의 서툰 노래 이젠 할 수 있어

행운을 빌어줘요 
웃음을 보여줘요 
눈물은 흘리지 않을게, 굿바이
뒤돌아 서지마요 
쉼없이 달려가요 
노래가 멈추지 않도록
수많은 이야기 
끝없는 모험만이 
그대와 함께이길

행운을 빌어요

빛나기 시작한 별 
세차게 부는 바람 
눈물은 흘리지 않을게, 굿바이
오랜 시간이 흘러 
쓰러질 듯 벅찬 날 
이 서툰 노래가 닿기를
긴 여행의 날들 
끝없는 행운만이 
그대와 함께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