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5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켄 로치 감독: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외쳐야 한다'


"사람들에게 '가난은 너의 잘못이다'라고 말하는 우리의 잔인함이 문제다."
 
영국 영화감독 켄 로치(80)가 지난 5.22일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후 말한 소감입니다.


 
2006년 아일랜드 내전으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눈 형제의 이야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 이은 2번째 수상입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의사의 권유로 일을 그만둔 후 실업급여를 신청했다가 구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한 중년 노동자의 삶을 그린 영화입니다. 융통성 업고, 힘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딱딱하기만 한 관료제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로치는 소감에 앞선 기자회견에서도 이런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소외 계층의 문제는 영국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일이다.
사람들에게 '가난은 너의 잘못이다'라고 말하는 우리의 잔인함이 문제이다."



변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50년 전에 만든 '캐시, 집에 오다'와 비슷한 내용의 작품을 아직도 만들도록 하는 현실이 놀랍다"

1966년 작인 '캐시, 집에 오다'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처럼
복지정책의 문제로 인해 가족이 해체되는 모습을 담은 작품입니다.



'블루칼라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지닌 로치 감독은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스크린 안과 밖 모두에서 사회를 비판하는 날카로운 눈길을 평생 놓지 않았습니다.

옥스포드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노동자, 빈곤계층의 삶을 화면에 담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영화계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케스'(1969), '가족 생활'(1971), '하층민들'(1991), '랜드 앤 프리덤'(1995), '빵과 장미'(2000), '자유로운 세계'(2007), '루트 아이리쉬'(2010)

여성, 노동, 전쟁 등 무겁게만 보이는 사회 현상들을 다큐,드라마는 물론이고 모키디로 풀어내는 다양성과 예리함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2013년 많은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숨졌을 때도
공기업 민영화, 대량 실업 등을 이유로
"영국 현대사에서 가장 분열적이고 파괴적인 총리"라고 독설을 퍼부었던 로치.


Ken Loach, 1936.6.17-



이번 수상 소감에서도
"신자유주의라는 이상이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말았다"
유럽의 금융위기를 꼬집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4년 작 '지미스 홀' 이후
은퇴를 선언했다가
"아직도 할 말이 많다"

다시 메가폰을 잡은,

켄 로치.


"우리는 다른 세상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고 외쳐야만 한다."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글 출처: 뉴스1. http://news1.kr/articles/?2671495 

2016-06-14

유진 스미스. Eugene Smith

 
 
 
 
 
 
 
 




윌리엄 유진 스미스
William Eugene Smith
1918.12.20 ~ 1978.10.15
미국
 
  사진가. 14세에 2개 지방신문의 카메라맨으로 출발하여 19세에 《라이프》지에 입사하였다. 1942년부터 《라이프》지의 종군사진기자로 제2차 세계대전을 취재하였으며, 1945년 5월 오키나와[沖繩] 전선에서 중상을 입었다.
  《시골의사》(1948), 《에스파냐의 마을》(1951)을 《라이프》지에 발표하여 미국을 대표하는 제1급 보도사진작가로서 국제적 명성을 떨쳤다. 작품은 극히 개성적인 표현에 의해 휴머니즘을 추구하는 데 특징이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윌리엄 유진 스미스 [William Eugene Smith] (두산백과)

Marvin Gaye: 'What's Going On'

 

 
 
Mother, mother
어머니, 어머니
There's too many of you crying
너무나 많은 어머니들이 울고 있어요
Brother, brother, brother
형제여, 형제여, 형제여
There's far too many of you dying
너무나 많은 형제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You know we've got to find a way
우리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To bring some lovin' here today
오늘 여기 사랑을 가져오기 위해
 
Father, father
아버지, 아버지
We don't need to escalate
우리가 일을 확대시킬 필요는 없어요
You see, war is not the answer
모르겠어요? 전쟁은 답이 아니에요.
For only love can conquer hate
왜냐하면 오직 사랑 만이 증오를 이겨낼 수 있거든요
 
You know we've got to find a way
방법을 찾아야 해요
To bring some lovin' here today
오늘 여기 사랑을 가져오기 위해
 
Picket lines and picket signs
시위대와 구호들
Don't punish me with brutality
날 잔인하게 벌하지 말아요.
Talk to me, so you can see
내게 말해봐요, 당신도 볼 수 있게
 
Oh, what’s going on
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What's going on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Ya, what's going on
그래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Ah, what's going on
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Right on, baby, right on
그래요, 당신
 
Mother, mother,
어머니, 어머니,
Everybody thinks we're wrong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틀렸다고 생각해요
Oh, but who are they to judge us
오, 하지만 그들이 누구라고 우릴 심판하나요
Simply because our hair is long
단지 우리 머리가 좀 길다고
 
Oh, you know we've got to find a way
오,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야 해요
To bring some understanding here today
오늘 여기 이해를 가져오기 위해
 
Picket lines and picket signs
시위대와 구호들
Don't punish me with brutality
날 잔인하게 벌하지 말아요.
Come on talk to me, you can see
내게 말해봐요, 당신도 볼 수 있게
 
What’s going on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What's going on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Tell me what's going on
말해줘요,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I'll tell you what's going on
말할게요,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Ooh~
 
 
 
* Marvin Gaye
마빈 게이, 1939.4.2 ~ 1984.4.1
 

    1941년생인 마빈 게이(Marvin Gaye)는 부친이 목사인 관계로 어렸을 때부터 교회 음악을 익히면서 성장했으며, 고교 시절에는 교내 오케스트라에서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는 등, 자신의 독자적인 음악 영역을 구축한 인물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문 그로우즈(Moon Grows)라는 그룹에서 연주 활동을 펼치면서 본격적인 뮤지션으로 활약했다.
    1971년 앨범 《왓츠 고잉 온》부터 앨범 제작에 대한 전권을 획득해 소속사의 관리에서 벗어나 스스로 앨범 전체를 프로듀스하기 시작했다. 《왓츠 고잉 온》은 베트남 전쟁, 빈민가의 어려운 삶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뤘다. 1973년 앨범 《렛츠 겟 잇 온》은 《왓츠 고잉 온》과 달리 남녀 간의 사랑과 섹스어필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렛츠 겟 잇 온(Let's Get It On)>(1973년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1위), <컴 겟 투 디스(Come Get To This)>(1973년 21위) 등의 히트 덕분에 마빈 게이는 당시 섹스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1970년대 후반 첫 번째 부인 안나 고디(Anna Gordy)와의 이혼, 두 번째 부인 재니스 헌터(Janis Hunter)와의 결별, 세금 문제 때문에 정신적으로 괴로워했고 이로 말미암아 약물에 심각하게 의존했다. <섹슈얼 힐링(Sexual Healing)>(1983년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3위)으로 재기에 성공했으나 1984년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와 언쟁을 벌인 뒤 아버지가 쏜 총에 사망했다.
    마빈 게이는 모타운의 음악적 특징을 확립하고 성장에도 공헌함으로써 '프린스 오브 모타운(Prince Of Motown)'이라는 칭호를 들었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와 함께 모타운에서 앨범 제작의 전권을 획득한 아티스트로 기록된다. <렛츠 겟 잇 온>, <아이 원트 유(I Want You)>(1976년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15위) 등으로 알앤비의 하위 장르인 콰이어트 스톰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87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And Roll Hall Of Fame)에 헌액됐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마빈 게이 [Marvin Gaye] (두산백과)

천명관·손아람: "요즘 신인들은 어떻게 써야 등단을 하고 문학상을 받는지 영악하게 알고 있다."


: 나는 작가들의 상상력과 취향이 공장에서 생산된 것처럼 다 비슷하다는 걸 믿을 수 없다. 그리고 한 주머니에 다 담아도 삐져나오는 송곳 하나 없다는 게 기이할 정도다. 결국 선생님들의 시선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시스템이 반백년 넘게 문단을 지배하고 있다. 바깥에서 보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권위적이고 전근대적이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봐도 나쁜 짓이다.

 
    <고래> <고령화 가족>을 쓴 소설가 천명관씨(51)<소수의견> <디마이너스>의 손아람씨(35)가 이른바 문단 권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 출판사와 언론사, 그리고 대학이 카르텔을 형성해 시스템을 만들고 작가들을 지배하고 있다. 작가는 더 이상 문단의 주인이 아니다. 선생님들이 주인.  권력은 언제나 그 권력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왔다 하지만 나는 모든 심사 자리에 앉아 있는 선생님들의 명단을 확인할 때마다 그 실체를 경험한다.

    이 인터뷰는 신경숙씨 표절 논란 사태가 일어나기 두 달 전에 악스트편집위원인 소설가 정용준씨가 진행했다. 천씨는 최근 표절 논란에서 이어진 논의에 훨씬 앞서 한국 문학과 문단 권력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 작가들은 선생님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문단생활을 한다는 건 내내, 선생님들의 평가와 심사를 받는다는 의미다. 문제는 심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심사를 받아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작가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

    천씨는 같은 선생님들이 획일적인 기준으로 문학성을 평가하는 문학상 제도도 비판했다.

: 매 시즌 문학상을 놓고 겨루는 이 리그에선 장편보단 단편이, 스토리보단 문장이, 서사보단 묘사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대중의 취향과는 괴리가 있다. 문학상 상금으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일이라 (문학이) 처신이 중요한 예술이라면 그리고 예술가의 최종 목표가 대학의 교수 자리라면 그것이 세상에 나가 뭘 할 수 있을까.

  
    이날 손아람씨도 경향신문에 보낸 e메일에서
 
: 문학동네를 위시한 대형 출판사들이 공모문학상문예지라는 두 무기를 휘둘러 작가들을 길들여왔다. 책을 내자며 만난 문학동네 마케팅 팀장으로부터 계약 제안이 아니라 공모전에 원고를 내보라는 제안을 받았던 일, 창비에서 청탁을 받고 문단 내 평론가 계파 갈등을 다룬 소설을 냈더니 편집위원들이 픽션을 두고 사실 왜곡이라며 반려했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손씨는 최근 1~2년간 창비와 문학동네 계간지가 다룬 작가·작품과 해당 출판사 출간 작품 등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분석해 꼬집었다 

: 이렇게 설정된 문학적 논의영역바깥에 위치한 작가·작품의 비평은 평단에서 소외돼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잡음이 되기 쉽고 심지어 지면 자체를 얻기도 어렵다. 문학상과 문예지의 막강한 권위를 앞세워, 대형 문학출판사들이 사실상 문학을 사유화하고 있다. 

    그는 이를 영화사가 영화잡지를 인수해 평론가들에게 돈을 주고 자사 영화 위주의 평론을 쓰게 하는 것’ ‘대기업이 소유한 언론사에 돈을 주고 자사 제품에 대한 기사만 싣게 하는 것에 빗댔다.
  
손: 문예지에서 평론가에게 특정 작가, 작품에 대한 비평을 청탁하는 행위를 근절하고 이러한 행위가 비윤리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또 출판사 공모문학상을 받아도 다른 소형 출판사에서 책을 낼 수 있도록 자동계약 조건을 없애고, 출판사가 자사의 책을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할 수 없게 하는 규범이 도입돼야 한다.
 
 
*글의 길이와 가독성을 위해 아래 출처의 원문기사에서 글씨체, 구두점 및 배열 등을 일부 편집하였음을 밝혀둡니다.
*출처: 경향신문, 2015.07.09,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7022319455&code=960100 

리뷰: 송미경 단편동화, '내 방이 필요해'


     나도 주인공 아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가족이 단칸방 생활을 할 때 작은 부엌에 내 책상을 따로 내어 두고 내 방처럼 썼던 적이 있다. 나는 사실 괜찮았는데, 어느 날 아버지께서 안방에 놓여있던 컴퓨터 책상을 변형해 부엌으로 내놓으시고는 내 자리를 마련해주셨던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그 공간은 동화 속 아이가 가진 공간(다락방)보다도 못한 나만의공간이었다. 부엌이다 보니 식사 전후에는 늘 어머니가 곁에 계셨고, 현관문에서 단칸방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그 부엌을 거쳐 가야 했기 때문에, 사실상 언제나 가족들의 움직임에 노출이 되어있다시피 한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그 공간을 떠올려보면 이상하게도 나만의 공간으로, 또 그러했던 이미지들로만 머릿속에 그려진다. 나에게 있어 그 공간은 심리적으로 만큼은 나만의것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 아이가 겪는 자기 공간에 대한, 그리고 자신에 대한 타인(가족들)의 침투를 나는 상대적으로 덜 느꼈다는 게 그 아이와 나의 어린 시절에서의 차이인 것 같다. 나는 내 방이라고 부른 적도 없는 그 공간에서, 부엌에 있는 다른 모든 사물과 움직임을 부수적인 것으로 여기고 오로지 나와 나의 것(, 공책, 학용품, 책상, 의자 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동화 속 동생 하영이가 안 방 에 있는 종이상자 에서 느낄 수 있는 기분과 비슷한 것 같다. 하영이네 식구들이 머무는 곳이, 두 개의 방에서 다섯 개의 방으로 늘어났지만, 방 안의 방 형태를 띠는 것은, 물리적으로 온전한 하나의 방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하영이 것만 그렇다. 시간이 지나며 하영이가 자신의 오빠처럼 변해갈지 아니면 나의 어린 시절처럼 물리적인 주변보다는 심리적인 것에 기반 해서 자신의 공간을 느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동화에서처럼 어른들에게도 그것은 역시 중요하다. 자신과 관련된 물건 등을 가까이 두고 지속적으로 접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자아에 대한 인식과 그것을 만들어 가는 일에 큰 도움(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표현 수단으로써 인간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언어와 몸짓이겠지만 그것을 안정화 시켜주는 것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또 그로부터 자신을 자세히 알아가고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각자의 공간이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물리적으로, 그러나 점차적으로는 심리적으로 그것을 인지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인간은, 어느 곳 어느 시간대에 있더라도, 자신自身과 자신自信을 잃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길러 갈 수 있다.
 
2013
홍성
iamhongsungkim.blogspot.com
 
 
 
*도서 정보 검색 중 우연히 발견한 다른 블로거의 '내 방이 필요해' 감상문
 
 
* <내 방이 필요해>는 송미경 작가의 단편동화집 <<복수의 여신>>(2012, 창비)에 실려있다. 
     작가 송미경은 인물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그려내고 복선과 반전을 절묘하게 활용해 독자들로 하여금 단편동화만의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한다. 특히 오빠 믿지?에는 매력 만점의 인물 준영 오빠가 등장한다. 잘생겼고 말 잘하고 행동이 알쏭달쏭해서 일곱 살 주인공 마음을 빼앗아간 준영의 캐릭터도 인상적이거니와, 그의 엄청난 비밀이 밝혀지는 결말은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내 방이 필요해의 다섯 식구는 대사와 행동을 통해 각자의 성격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벽장을 개조한 나만의 방을 끔찍이 아끼는 주인공과 호시탐탐 그 방을 노리는 여동생, 손녀보다 손자를 은근히 더 챙기는 할머니와 그것이 못마땅한 엄마가 쉴 새 없이 주고받는 대화는 묵은 갈등조차도 오랜 세월 함께한 식구들의 호흡으로 느끼게 할 만큼 재치가 넘친다. 주제와 분위기에 따라 작품마다 적절한 문체를 구사하는 데서도 작가의 단단한 역량이 드러난다. 우연 수업」 「최고의 저녁 초대등 풍자와 역설을 담은 이야기에서는 지문과 대화를 빠르고 간결하게 이어가지만, 일 분에 한 번씩 엄마를 기다린다에서는 절망을 견디는 주인공의 감정을 침착하고 섬세하게 따라감으로써 독자에게도 그 외로움을 절절히 전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