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형, 승섭, 나, 종성, 우석
낮 12시 부터 2시까지,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 뜨겁게 축구를 했다.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오후 시간대였다...
지난 번 처럼 종성이네 일본공대 친목팀에 우리들이 용병으로 합류해서 공을 찼다.
지난 번에 같이 사진을 못찍었던 승섭이, 그리고 오늘 찾아 온 규형이 우석이와 함께
끝나고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종성이도 물론)
이 날은 경기가 끝나고 같이 밥을 먹은 후
내가 수원으로 바로 내려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승섭이가 고맙게도 자기 가는 길에 나를 수원까지 태워다 주었다.
승섭이는 지금 용인에 일시적으로 머무르며 직장을 다니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우리 반 일등은 언제나 승섭이었다.
그만큼 착실하고 노력하는 친구였다.
웃기도 잘 해서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친구다.
수원까지 차를 타고 가며 나눈 이야기 중에 기억에 남는 것 하나는
승섭이가 일본생활과 한국생활 모두에 정이 잘 든다는 점이었다.
승섭이는 도쿄에서 대학생활을 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자신의 청춘의 많은 부분을 그곳에서 갖추어 온 게 된다.
그래서 앞으로의 미래도 그곳에서 꿈꾸는 이야기들을 하곤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국에 일시적으로 머무르며 하고 있는 생활들이
승섭이에게는 향수와 또다른 즐거움들로 다가오는 듯 했다.
승섭이의 말을 잘 들어보면,
자기가 지내고 있는 곳의 사람들과의 관계가 승섭이를 그렇게 이끄는 듯 했다.
어디를 가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들이, 자신이 있는 곳에 정을 들게 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장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선택을 해서 생활할 곳을 결정해야 겠지만,
우선은 두 나라가 그리 멀지 않다는 점이 승섭이에게는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주고 있었다.
2013년 6월 어느날 서울에 올라와 생활하게 된 나에게,
아직 서울 생활이 낯설다면 낯설 시기에 규형이가 문자를 주었다.
다른 친구를 통해 알게 되어 나에게 연락을 주었던 것인데
나는 반갑고 고마워서 한 두주가 채 지나지 않아 규형이를 만나러 퇴근 시간에 맞춰 신촌에 직접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그 규형이가 오늘 축구 하는 데에도 왔는데 경기 중반 멋진 골까지 넣었다.
그리고는 바로 무릎에 부상을 입고 경기가 끝날 때가지 벤치에서.. 편히 쉬었다.
자기 무릎이라 별거 아닌듯 대했지만, 다른 사람의 무릎이라면 조금 달랐을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이 다친 곳이 그 사람의 마음이라면, 분명 더 달랐을 것이다.
규형이는 지금 세브란스 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과정을 밟고 있다.
규형이에게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소중하게 다루려는 걸 느낄 수 있다.
고등학교 때의 준수한 외모와 외향적인 성격을 고려해보면,
정신과를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잘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규형이는 그 역할에 딱 맞는 친구같다.
규형이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줄 줄 아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일이 고되지 않냐는 질문에도, 자신은 그냥 잘 들어주기만 한다고 대답하는데,
나는 잘 들어주는 것만큼 어려우면서 중요한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을 묵묵히 정성들여 해나갈 수 있는 데에,
규형이가 지닌 내면이 딱 들어맞는 것 같았다.
오늘은 우리들이 다녔던 고등학교가 있는 청주에서
우석이가 아침부터 부지런히 올라와서 같이 공을 찰 수 있었다.
평일에 근무를 마치고 쉬는 날이었는데, 친구들 볼 겸 이 곳에 와서
땀 좀 같이 흘리자는 말에, 선뜻 가깝지만은 않은 이 곳까지 와줘서 고마웠다.
우석이는 고향 청주에서도 꾸준히 봐왔지만, 이제 이렇게 다른 곳에 와 만나고 있으니
느낌이 조금 새롭기는 했다. 그러나 10년을 넘게 보아 온 우석이는 한결같은 친구다.
언제나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게 살고 있다.
고등학교 때는 자신의 학비를 보태기 위해,
학기 중에도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들을 꾸준히 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대학 때에도 이어졌고, 반도체 대기업 회사에서
근무하는 오늘까지도 변함이 없다.
우석이는 이론보다 실전에 더 강하다고도 할 수 있다.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이고,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 아니면
함부로 얘기하지 않는다. 반면 자신의 경험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기꺼이 하나의 이야깃 거리로 꺼내놓을 줄 아는 여유가 있다.
작년부터인가는 회사생활과 대학원 과정을 병행하고 있는데,
힘내서 잘 마치고, 가끔씩 말하는 자신의 더 큰 목표에 다가설 수 있기를 응원한다.
오늘 함께 모였던
친구들에 대해 지금 내가 느끼는 것들을 적어 보았다.
글로 적어보니 더 분명하게 친구들이 마음에 다가오는 거 같기도 하다.
참 배울 점이 많은 친구들 한 명 한 명이란 생각이 든다.
참 좋은 친구들이다...
여름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다음에 볼때도 모두 힘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2013.7.20
김홍성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