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김훈 작가가 쓴 '칼의 노래'를 읽고서
충무공의 인간적인 측면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이전에도 역사책 너머의 이순신에 대해서 알고는 싶었지만,
직접 쓴 '난중일기'는 마치 간추린 뉴스처럼 건조한 진술들로 가득했고,
이순신을 연구한 사람들의 기록 속에서도 이순신은 인간이기전에 영웅이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비록 소설이지만 많은 부분이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는
그 이야기 속에 나타난 이순신의 모습들은,
그가 단지 민족의 영웅만이 아닌 인간적 본보기로서 나에게 다가오는 계기가 됐다.
그는 개인적인 것과 함께 사회적 책임자 입장에서의 고통과 고뇌를 깊이 겪어야 했지만
그럼에도 인내하고 극복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지금 '난중일기'를 다시 펼쳐본다 하더라도 나는 그 건조함을 이겨내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이면에서
그의 강인한 정신력과 인간적 애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전쟁 초기에 입은 부상탓에 수년간의 걸친 전쟁 내내 피를 토하거나 잠을 못 이루는 등의 많은 고통을들 겪었어야 함에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군을 통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말단의 부하나 백성이다 하더라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노력했으며, 의를 지키는데 있어서는 누구보다 냉정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타인을 품을 수 있는 넓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나는 오늘 충무공의 젊은 시절 정취가 남아있는, 언젠가 한번은 가보고자 했던 현충사를 다녀왔다.
이 곳에는 충무공의 옛집과 사당이 있다.
옛집은 젊은 시절 혼인하여 장인으로부터 물려받아 살았던 곳이며,
이곳에서 10년 간 무예를 연마했다. 32세 되던 해에는 무과에 급제했다.
집 가까운 곳에는 평소 활쏘기를 연습하던 활터가 남아있으며,
집 뒤편으로는 가묘(家廟)가 있는데 이곳에는 충무공 신위가 모셔져 있고
해마다 이곳에서는 기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현충사(顯忠祠)라는 명칭은 '충의를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이라는 뜻으로,
충무공이 순국한지 108년이 지난 1706년에 숙종에 의해 이곳 충남 아산에 세워진 것이다.
1967년 현재의 사당 본전(本殿)이 세워졌으며 이곳에는 충무공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그리고 최근 몇년간의 공사를 통해
충무공이순신기념관을 건립하여 내부에 전시관과 교육관 등을 갖추고 있다.
현충사 내에는 옛집과 본전, 기념관 등을 포함해도 많은 건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터 자체가 크고, 연못이나 잔디밭 또 많은 나무등이 어우러져 있어
산책하거나 아이들과 함께 소풍 온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나도 그 덕에
즐거운 마음으로 그 넓디 넓은 곳을 어느정도는 둘러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버스 시간 맞추느라
구석구석까지 다 들여다 보지는 못했지만
충무공의 절은 시절의 정취를 - 소박함과 성실함 -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현충사를 둘러보고 나서는 편안한 발걸음 속에서
후손으로서 내가 느끼고 살아가는 안정감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았다.
앞으로 내가 하는 일들에 있어서도
충무공이 남긴 정신들을 본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2012.5.19
홍성
현충사 답사 사진들
현충사 입구
하절기 무료입장 기간이라 공짜로 들어갔습니다^^;
*매주 화요일은 문닫는 날이라 돈내고도 못들어갑니다. 참고!
현충사 안내도
현충사 터가 생각보다 넓습니다. 옛사람들의 여백의 미(?)를 땅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입구에 비치된 팜플렛에 지도랑 설명이 잘 적혀있으니까 하나 챙겨 갖고 다니면 좋습니다.
충무공이순신기념관
충무공이순신기념관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현충사 유적정비사업에 따라 건립되었습니다.
거북선 모형, 가상전투도, 영상학습관 등과 함께, 전쟁 당시 실제로 쓰여진 전법서,교서등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실 통로에 붙어있는 포스터
'칼의 노래' 김훈 작가의 강연회가
다음주에 이곳 현충사 내 충무공 옛집에서 열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강연제목은 '고택정담(古宅情談)'.
충무공 영정
영정의 원본은 현충사 내 본전(本殿)에 있습니다.
책에서 작은 사진으로만 보다 실제로 보니 매우 크게 느껴졌습니다.
충무공 장검
三尺誓天 山河動色
석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
一揮掃蕩 血染山河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
충무공이 오랜 전란 속에서 왜적을 몰아내고자 하는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만든 칼입니다.
칼날에는 위와 같은 친필 검명(劍名)이 각각 새겨져 있습니다.
이러한 장검은 전투용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고 정신수양 측면에서 간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실제로 보니 그 크기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난중일기
'난중일기' 책들을 특별 전시해 놓은 공간입니다.
보급판, 문고판 등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출판되어온 난중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충무정
충무공의 옛집 앞에 있는 우물로써, 이곳에서 물을 길러 먹었다고 합니다.
충무공 옛집
소박함이 느껴지는 집터로 둘러보며 충무공의 평범한 일상을 상상해 봤습니다.
활터
마지막으로 활터입니다.
집 바로 옆에 있으며, 틈틈이 활쏘기를 연습했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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