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06

8cutSEOUL: 05. 서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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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서울역




서울역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서울로 들어오는 한편,
또한 서울을 나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 향한다.



모두들 자신이 갈 곳을 정하고 그에 맞게 표를 끊는다.



시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목적지에 제때 도달하기 위해 
모두 긴장을 늦출수만은 없다.


목적지가 분명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서로를 마주하게되면 조금은 혼란스럽다.
각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르고, 시간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 자신이 가고자 한 그 곳을 잊지 말자.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서, 
자신의 목적지를, 자신이 가야할 길을 마음에서 놓지말자.


때론, 그 길이 불투명하고 마냥 혼란스러워 졌다면,
물어보자. 당신을 도와줄 대상이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말자.


그마저 눈에 띄지 않을 때면, 잠시 멈추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자.
자신의 내면에서 빛나는 작은 빛 한 줄기를 살려내자.

그것이 자신의 안을 비추고, 자신이 나아갈 길을 비출때까지 
기다리고, 노력하자.


(여자 대학생 한명이 멈추어서서 가야할 플랫폼 번호를 찾고 있다.
그 옆에는 유모차에 아이 한명이 앉아있고, 그 아이 팔에는 링겔이 꽂혀있다.
아버지는 조심스레 유모차를 밀어가며 기차 타는 곳으로 내려가고 있다.)



자신의 길이, 방향이, 목적지가 조금은 분명해졌다면,
스스로 힘을 얻어 나아갈 수 있게된다면.
자신의 길을 힘차게 걸어 가자.

그리고 또한 잊지 말자.
당신이 그랬듯 
지금 혼란스러워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당신 곁에 또한 있다는 것을.

2013-07-05

8cutSEOUL: 04. 중화동 골목길에서 맞딱드린 뜻밖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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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중화동 골목길에서 맞딱드린 뜻밖의 장소



노원구 옆에 있는 중랑구에는 주택이 많다.
번화한 거리나 건물 등은 쉽게 찾아볼 수 없고, 
보이는 것들마다 평범해서 그냥 일반적인 동네라는 느낌을 준다.

나는 지금 머물고 있는 학교 근처(노원구)에서
가끔씩 이 곳(중랑구)을 거쳐 청량리(동대문구)를 다녀오곤 한다.
그곳에 영풍문고 서점과 같은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고갈때는 주로 걷는다.
걷는 것 자체를 좋아해 운동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걸으며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작은 여행이라고도 생각하며 걷는다.

중랑구 특히 중화동을 걸을때면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골목들 여러개가 길게 이어져 있으면서,
그 곳엔 가정집이나 작은 동네슈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의 다른 번화한 동네들과는 어느정도 대조를 이룬다.


그런데, 나는 이 곳 중화동 골목에서
 그것도 수 차례 그곳을 왔다갔다 한 후에야 비로소 마주한 장소가 있다.




그날도 중화동을 가로 질러갈 수 있는 지름길 같은 골목길 하나를 걷고 있었다.




골목길이 생각보다 길다. 태릉입구역(노원구) 근처에서 시작되는 골목길은
중랑역(중랑구)까지 이어지는데, 15~20분은 걸어야 하는 거리다.
이 길을 걷다보면, 이곳이 일반 주택가이다보니 가끔은 지루하기도 하다.



그 거리를 반쯤 걷다보면, 꽃집 하나가 눈에띈다.



골목길에서는 유일한 꽃집인데, 꽃을 직접 사지 않고도
지나가는 눈길만으로도 보고 미소짓게 만드는 꽃집이다.
이름이나 가게나 참 예쁜 꽃집이다.



그렇게 골목길을 걷는다. 걸을때마다 눈에 띄는 다른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평범한 길이다. 
그날도 이 골목을 다 빠져나갈때 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수차례 이미 지나갔던 골목길이었는데.., 
그날은 시간이 늦어 저녁에 이곳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한참 집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어느 한 골목에서 불빛이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곳을 처음 맞딱드렸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엔 다름아닌 시장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은 아까 말한 그 꽃집과 마주하는 골목이었다.
마치 꽃집이 그곳을 바라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 해준 것만 같았다.




이 평범하고 어찌보면 지루하기까지한 주택가 골목길 속에 
이렇게 아담하고 활기가 느껴지는 시장이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 후에 가게 할머니 한 분에게 여쭤본 것이지만, 시장이름도 따로 없다고 하셨다.
그냥 골목시장이라고 부른다고 하셨다.




나는 그날 시장을 뒤로하고 집으로 내딛는 걸음 속에서,
문득 생각했다.

내가 평소에 너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내 주변에 있어서 
그저 간단히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또 없을까.
그것이 가리키고 있거나 품고있는 것을 다 못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13-07-04

8cutSEOUL: 03. 화계사(華溪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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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화계사(華溪寺)



서울 강북구 수유리에 가면 '화계사'라는 절이 있다.
절 이름을 처음들어 보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근방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절이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외국인 스님들이 출가하여 한국에서 행자생활을 
하던 '국제선원'이 크고 유명하며, 
그 곳 출신 스님들의 사회적으로도 잘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곳을 오늘까지 세 번 정도 다녀가게 됐는데,
처음에 오게 된 이유도 이 곳 출신의 현각스님이란 분이 쓰신
'만행(萬行):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라는 책을 읽은 때문이었다.

현각스님은 미국인으로서 예일에서 문학 학사를, 하버드에서 비교종교학 석사를 얻었다.
지금은 입적하신 화계사 고승 숭산스님이 한때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불교 강연을 했었는데,
그때 불교의 가르침과 힘에 깊은 감명을 받아 출가를 하게되었다고 한다.
스승을 따라 한국으로 와 행자생활을 거쳐 비구승이 된 것이다.

현각스님이 쓰신 책과 강연에서 나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출가까지는 아니지만.., 서울에 오게되었을 때 시간을 내어
이 곳을 다녀갔던 적이 있었다.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해 법문을 직접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이 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었다.

그리고 오늘 내가 다시 찾은 화계사는 여전히 활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나는 특별히 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절이나 성당이 눈에 띄면
가끔씩은 조용히 들어가서 앉아있다가 나오곤 한다.
종교의 경전을 통해 얻는 것도 많지만, 그저 그곳에서 잠시 쉬면서 얻는 것도 많은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오늘 담은 '화계사'의 여덟 컷 속에서, 
모두들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둠이 내려 앉은 대적광전



대웅전 앞 촛불함



대웅전 앞 작은 연꽃등



소원을 적어 접은 색깔 종이들이 걸려있다



스님이 태양을 피하는 방법



수행자들의 쉼터



쉼터 한켠에 모아져 있는 조각상들



한 걸음 한 걸음, 마음의 발을 움직이고 계신 
젊은 스님

2013-07-03

8cutSEOUL: 02.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 1) 중계동 104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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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 1) 중계동 104마을



작년 초 쯤에,  내가 아직 서울에 살고 있지 않을 때였다.
방학을 맞아서도 전국 몇몇 곳을 여행해봤던 터라 
특히 더 가고 싶었던 곳이 생각나지 않았을 때였는데, 
그러던 참에 문득 서울을 며칠간 여행하고 싶었다.
그때는 동생이 국내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서울 동생 기숙사에서 몰래 자가면서 호화스럽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서울의 어느곳보다도, 흔히 말하는 달동네를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동생을 데리고 무작정 찾아나섰다.
강북이면, 특히 도봉구나 노원구 쯤이면 어디를 가도 
달동네가 곳곳에서 눈에 띄는줄 알았다. 
그래서 눈보라 맞으면서 도봉산에서 수유리까지 무작정 찾아 걸었다.
동생이랑 지친몸을 이끌고 저녁무렵이 되서야 피자스쿨 한 곳에 들어갔다.
달동네는 커녕.. 어느 골목을 들어가든, 아주 가파른 골목을 들어가든 
어디나 줄지어 빌라니, 아파트니, 각진 높은 건물들이 그곳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피자를 먹으며, 서울이 이렇게 발전했구나 생각이 들면서도
찾지 못한, 보지 못한 달동네에 대한 알지 못할 그리움이 남았었다.
그래서 서울 여행을 접고 혼자 부산으로 내려가 옛 피난민들이 모여 살던 
부산의 달동네(감천마을, 산복도로)를 보고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서울의 달동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동기 대한이랑 종강기차여행을 하던 중 내가 우연히 얘기를 꺼냈다가
대한이로부터 달동네에 대한 몇몇 정보를 듣게됐다.
알고보니 내가 지금 있는 노원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나는 중계동에 또 하나는 상계동이 있었다.

근데, 나는 왜 달동네에 대한 그리움이 있을까?
아마도 어린시절 우리 가족이 살았던 집과 동네가 
나에게 향수어리게 남아있는 듯하다.
내 기억엔 나무판 하나가 우리집 욕실벽이었던 적도 있다.
그래서 한번도 가보지못한 서울의 달동네와 그곳 사람들을
한번쯤 보고 싶었나 보다.


자본과 재계발의 힘에 밀려
이 곳들도 언제 사라질지 모를일이다.

늦기전에 가보자. 지금.



버스 종점에서 내려 처음 마을 어귀에 들어섰을 때는 달동네라는 느낌이 안났는데,
조금 걸어들어가니 저개발된 특유의 동네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텃밭 한편에 연탄재가 모아진 모습을 보니,
아 이곳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사람들의 지난 겨울을 상상할 수 있었다.


할머니 한 분이 집에 들어가시는 길에 잠시 허리를 펴고 숨을 고르시고 계셨다.
언덕에 있는 동네라 오르고 내리는게.. 한평생 쉽지만은 않으셨을 게다.


자원봉사자들도 많이 방문하는지 곳곳에 그려진 벽화가 마을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었다.


옛날 연탄집 가게였다는 방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포즈를 취해주셨다.
사진밖에는 피식웃으면서 자리를 피한 노부부가 계신다.



마을주민들이 합심해서 운영되는 유치원 같았다.
가정집 뜰에 놀이기구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차별없는 교육을 받기를 바란다.


한 시간여 둘러보구 길을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할머니 한분이, 집을 향해 오르고 계셨다.
할머니 힘들면 쉬었다 가세요.
마을이 참 좋네요.

2013-07-02

8cutSEOUL: 01. 회기역 앞 철길 건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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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회기역 앞 철길 건널목




건널목은 차단되어 있고, 
열차가 곧 지나갈꺼라는 안내방송이 계속 나온다.


한 아저씨가 건널목 앞에와 길을 건너기위해 기다리고 있다.


열차가 빠져나갈 즈음에 한 아주머니도 건널목 앞으로 다가온다.


열차가 완전히 빠져나가자 다른 사람들도 건널목 앞으로 모여든다.


철길 너머를 가로막던 봉이 들쳐지고 사람들이 하나하나 건널목을 건넌다.


느긋한 걸음으로 철길을 가로질러 건널목을 건너간다.


이제 모두들 각자 갈 길로 걸어 나간다.


그리고 그들을 무사히 건네보낸 건널목 지킴이 아저씨는, 
그곳을 건널 또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