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cutSEOUL
04. 중화동 골목길에서 맞딱드린 뜻밖의 장소
노원구 옆에 있는 중랑구에는 주택이 많다.
번화한 거리나 건물 등은 쉽게 찾아볼 수 없고,
보이는 것들마다 평범해서 그냥 일반적인 동네라는 느낌을 준다.
나는 지금 머물고 있는 학교 근처(노원구)에서
가끔씩 이 곳(중랑구)을 거쳐 청량리(동대문구)를 다녀오곤 한다.
그곳에 영풍문고 서점과 같은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고갈때는 주로 걷는다.
걷는 것 자체를 좋아해 운동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걸으며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작은 여행이라고도 생각하며 걷는다.
중랑구 특히 중화동을 걸을때면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골목들 여러개가 길게 이어져 있으면서,
그 곳엔 가정집이나 작은 동네슈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의 다른 번화한 동네들과는 어느정도 대조를 이룬다.
그런데, 나는 이 곳 중화동 골목에서
그것도 수 차례 그곳을 왔다갔다 한 후에야 비로소 마주한 장소가 있다.
그날도 중화동을 가로 질러갈 수 있는 지름길 같은 골목길 하나를 걷고 있었다.
골목길이 생각보다 길다. 태릉입구역(노원구) 근처에서 시작되는 골목길은
중랑역(중랑구)까지 이어지는데, 15~20분은 걸어야 하는 거리다.
이 길을 걷다보면, 이곳이 일반 주택가이다보니 가끔은 지루하기도 하다.
그 거리를 반쯤 걷다보면, 꽃집 하나가 눈에띈다.
골목길에서는 유일한 꽃집인데, 꽃을 직접 사지 않고도
지나가는 눈길만으로도 보고 미소짓게 만드는 꽃집이다.
이름이나 가게나 참 예쁜 꽃집이다.
그렇게 골목길을 걷는다. 걸을때마다 눈에 띄는 다른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평범한 길이다.
그날도 이 골목을 다 빠져나갈때 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수차례 이미 지나갔던 골목길이었는데..,
그날은 시간이 늦어 저녁에 이곳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한참 집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어느 한 골목에서 불빛이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곳을 처음 맞딱드렸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엔 다름아닌 시장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은 아까 말한 그 꽃집과 마주하는 골목이었다.
마치 꽃집이 그곳을 바라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 해준 것만 같았다.
이 평범하고 어찌보면 지루하기까지한 주택가 골목길 속에
이렇게 아담하고 활기가 느껴지는 시장이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 후에 가게 할머니 한 분에게 여쭤본 것이지만, 시장이름도 따로 없다고 하셨다.
그냥 골목시장이라고 부른다고 하셨다.
나는 그날 시장을 뒤로하고 집으로 내딛는 걸음 속에서,
문득 생각했다.
내가 평소에 너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내 주변에 있어서
그저 간단히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또 없을까.
그것이 가리키고 있거나 품고있는 것을 다 못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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