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03

8cutSEOUL: 02.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 1) 중계동 104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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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 1) 중계동 104마을



작년 초 쯤에,  내가 아직 서울에 살고 있지 않을 때였다.
방학을 맞아서도 전국 몇몇 곳을 여행해봤던 터라 
특히 더 가고 싶었던 곳이 생각나지 않았을 때였는데, 
그러던 참에 문득 서울을 며칠간 여행하고 싶었다.
그때는 동생이 국내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서울 동생 기숙사에서 몰래 자가면서 호화스럽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서울의 어느곳보다도, 흔히 말하는 달동네를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동생을 데리고 무작정 찾아나섰다.
강북이면, 특히 도봉구나 노원구 쯤이면 어디를 가도 
달동네가 곳곳에서 눈에 띄는줄 알았다. 
그래서 눈보라 맞으면서 도봉산에서 수유리까지 무작정 찾아 걸었다.
동생이랑 지친몸을 이끌고 저녁무렵이 되서야 피자스쿨 한 곳에 들어갔다.
달동네는 커녕.. 어느 골목을 들어가든, 아주 가파른 골목을 들어가든 
어디나 줄지어 빌라니, 아파트니, 각진 높은 건물들이 그곳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피자를 먹으며, 서울이 이렇게 발전했구나 생각이 들면서도
찾지 못한, 보지 못한 달동네에 대한 알지 못할 그리움이 남았었다.
그래서 서울 여행을 접고 혼자 부산으로 내려가 옛 피난민들이 모여 살던 
부산의 달동네(감천마을, 산복도로)를 보고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서울의 달동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동기 대한이랑 종강기차여행을 하던 중 내가 우연히 얘기를 꺼냈다가
대한이로부터 달동네에 대한 몇몇 정보를 듣게됐다.
알고보니 내가 지금 있는 노원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나는 중계동에 또 하나는 상계동이 있었다.

근데, 나는 왜 달동네에 대한 그리움이 있을까?
아마도 어린시절 우리 가족이 살았던 집과 동네가 
나에게 향수어리게 남아있는 듯하다.
내 기억엔 나무판 하나가 우리집 욕실벽이었던 적도 있다.
그래서 한번도 가보지못한 서울의 달동네와 그곳 사람들을
한번쯤 보고 싶었나 보다.


자본과 재계발의 힘에 밀려
이 곳들도 언제 사라질지 모를일이다.

늦기전에 가보자. 지금.



버스 종점에서 내려 처음 마을 어귀에 들어섰을 때는 달동네라는 느낌이 안났는데,
조금 걸어들어가니 저개발된 특유의 동네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텃밭 한편에 연탄재가 모아진 모습을 보니,
아 이곳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사람들의 지난 겨울을 상상할 수 있었다.


할머니 한 분이 집에 들어가시는 길에 잠시 허리를 펴고 숨을 고르시고 계셨다.
언덕에 있는 동네라 오르고 내리는게.. 한평생 쉽지만은 않으셨을 게다.


자원봉사자들도 많이 방문하는지 곳곳에 그려진 벽화가 마을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었다.


옛날 연탄집 가게였다는 방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포즈를 취해주셨다.
사진밖에는 피식웃으면서 자리를 피한 노부부가 계신다.



마을주민들이 합심해서 운영되는 유치원 같았다.
가정집 뜰에 놀이기구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차별없는 교육을 받기를 바란다.


한 시간여 둘러보구 길을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할머니 한분이, 집을 향해 오르고 계셨다.
할머니 힘들면 쉬었다 가세요.
마을이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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