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공통창업자 비즈 스톤Biz Stone 지음, 원제: Things A Little Bird Told Me
1
나는 재주는 있었지만 도무지 주변머리가 없는 편이었다.
"어제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아가씨가 제법 예쁘던데, 데이트를 신청해 보지 그래?"
나는 그렇게 하는 게 좋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레스토랑으로 가서 다짜고짜 나가자고 한다고? 스티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너무... 노골적인 것 같은데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해."
그래서 다음날 점심때 나는 다시 그곳으로 갔다. 마음 한편으로는 그녀가 그곳에 없기를 바랐다. ...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가 있었다. 금발의 미녀였다. 하지만 나는 아무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내게는 계획이 필요했다. 나는 다시 레스토랑 밖으로 나갔다. ... 이제 계획이 세워졌다. 나는 다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
시작부터 난감했다. 나는 그냥 밖으로 나갈지를 잠시 고민했다.
"...함께 영화나 보지 않겠느냐고 물어볼 참이었어요."
"아, 그랬군요. 그런데 나는 남자친구가 있어요."
'남자친구라고? 물론 있겠지. 흥!' 나는 그 남자친구라는 작자가 데이트를 거절하기 위해 꾸며낸 인물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 새롭고도 낯선 세계에서 사용되는 미묘한 말뜻을 파악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바빴다.
그런데 뒤쪽에 있던 그녀의 친구가 "맙소사."라고 말했다. '근사하지 않니? 이 남자는 정말로 너한테 관심이 있는 거라고!'의 의미가 담긴 듯했다. ...
나의 시도는 그렇게 끝났다 하지만 당혹스러워하는 대신 배짱이 생겼다.
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 아동도서 편집부에서 근무하는 젊은 여자가 무언가를 전해주러 사무실에 왔다. ... 왠지 우울해 보였다. 나는 한눈에 그녀가 좋아졌다. ...
나는 리비아(이게 그녀의 이름이었다.)가 근무하는 사무실을 찾아 대담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하자 ... 자신의 상사랑 같이 가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 우리는 약속을 잡았다. 나는 그 사이에 사내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곧잘 써먹는 것처럼 그녀의 사무실에 갈 핑곗거리를 찾았다. 리비아는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그런데 상사와 함께 쓰는 컴퓨터에 그녀가 붙여놓은 메모지를 발견했다. ...
그녀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데이트하기를 바랐다. 나중에야 그건 내가 일에서 너무 자신만만해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나를 건방지고 뻔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사실이었다. 일에 대한 문제에서 나는 늘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데이트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마침내 우리는 점심식사를 함께하러 갔다. 아늑하고 친밀한 3인용 식탁에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내가 얼간이처럼 굴지 않은 것에 리비아는 깜짝 놀랐다고 했다. 나는 예의바르게 처신했으며, 재미있고 매력적이고 점잖게 행동했다. 그녀는 나의 애프터 신청을 받아들였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리비아와 나는 정말로 사귀기 시작했다. ... 리비아는 늘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이해했고, 진짜 어려운 결정을 통해 나를 도와주었다. 우리가 어디로 가든 그녀는 출판사나 잡지사에 일자리를 구했다.... 진부한 표현이라는 건 알지만, 리비아는 내 옆에 찰싹 들러붙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연애나 인간관계에서 주변머리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뒷짐만 지고 있지는 않았다.
일어날 수 있는 일 가운데 최악이 무엇일까?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상대방이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하는 것?
아니면 데이트에 보호자를 데리고 올 정도로 상대가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
비록 이번에는 실패하더라도 다음에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경우 사람들은 대개 몸을 사린다. 안전망을 설치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
문제는 우리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기꺼이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경우, 최고의 시나리오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만일 자신이 꿈꾸는 가능성을 향해 가려 한다면, 일에 오롯이 집중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려는 마음이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어준다.
2
<가타카Gattaca>(공상과학 영화)에서... '빈센트'(우월하지 않은 유전자를 통해 태어난)는 수영시합(아주 먼 바다까지 헤엄쳐서 나가되 먼저 포기하고 돌아오는 사람이 지는)에서 이기기 위해 죽음의 위험조차 기꺼이 감수했다.(반면, '안톤'은 훨씬 강했지만 대신 그는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모든 것을 바치지 않고 돌아올 힘을 남겨두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교훈이 빈센트의 결정에 담겨있다.
화끈하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화끈하게 실패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는 곧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죽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비유적인 표현이다.
지구를 뒤흔들고 삶을 뒤바꾸는 엄청나고 장렬한 실패를 껴안을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이 성공을 거둔다면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고도 남는 일이다. 설령 실패한다 해도 당신은 대단한 이야깃거리를 갖게 되며, 다시 그 일을 하게 될 때 매우 중요하고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것은 대체로 새로운 일의 시작에 좋은 가르침이 되며, 당신이 진실로 원하는 일을 하려 할 때도 교훈이 된다. 말하자면 양쪽에 균등한 힘이 작용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니 정말로 크게 성공하고 싶다면 엄청난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고등학교 시절 체조수업이 있었다. 나는 백핸드스프링을 배우고 싶었다. ... 하지만 막상 해보면 힘차게 점프하기가 어려웠다. 겁을 먹고 물러서거나, 비틀거리며 돌거나, 옆으로 넘어지기 일쑤였다. ...
그런 나를 지켜보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 가장 중요한 점은 기꺼이 제어지점을 지나서 떨어지겠다는 자세지. 그러한 위험에 너 자신을 맡길 수 있다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뒤로 재주넘기를 할 수 있을 거다."
나는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시도해 보았다. 그랬더니 정말로 재주넘기에 성공했다.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지났더니 별로 힘들일 필요가 없었다. ...
성공을 거두었을 때 그것은 얼마나 환상적인 일인가?
백핸드스프링에 성공하자 나는 경외감을 느꼈다.
3
트위터가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켰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방대하고 복잡한 프로그램으로 애초에 급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
우리가 트위터를 만든 방식은 이상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잘못되었다고 할 수도 없었다.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엄청난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해서도 안되었을 것이다.
어떤 제품을 오랜 시간 공들여 완벽하게 만든 후 내보내기 보다는 일단 작동만 되면 세상에 선을 보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트위터의 대형사고 중 하나가 이른바 플랫폼 문제였다. 2007년에 우리는 플랫폼을 내놓았다. ... 제3자인 개발자가 트위터의 기술을 이용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 하지만 섣부른 결정이었다.
플랫폼을 내놓자마자 새로운 트위터 앱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그로 인한 수많은 선택권이 오히려 사용자의 정신을 사납게 했다. 또 우리 서버에서 모든 앱의 요구를 무제한으로 허용하다 보니 원할한 서비스에 제동이 걸렸다.
페이스북이 자체 플랫폼인 f8을 들고 나왔을 때도 같은 문제를 겪었으리라 생각한다. ... 페이스북은 계획을 취소하고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규칙과 제한을 도입해야 했다. 현재 대부분의 페이스북 앱은 페이스북이 자체적으로 만들고 있다.
책 표지를 작업하면서 나는 완벽한 디자인이란 다양한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을 배웠었다. 미술부, 편집부, 영업부의 마음에 모두 들어야 했다. ... 우리는 이와 같은 목표 아래 플랫폼을 세상에 내놓았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 없이 대뜸 수문부터 열었다. 나중에 일부를 폐쇄해야 했을 때 사람들은 매우 혼란스러워했다.
우리는 방심했다. 개발자들이 작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옵션을 내놓으면서 좀 더 천천히 시작할 수도 있었다. ... 그런데 우리는 신중하고 비판적인 접근법을 취하지 않았다.
어떤 실패는 일이 마비될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다. 그저 평범하고 오래된 실수일 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직하게 대응하고 그러한 상황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다.
4
나는 리비아에게 말을 꺼냈다.
"우리도 이제 결혼을 해야겠어."
"제기랄."
리비아의 반응이었다.
찜찜하기는 했지만 그녀의 희망적인 반응에 용기를 내서 나는 일을 저질렀다.
리비아와 나는 애초 사람들을 피해 도망가려고 했다. ... 그런데 친구들이 결혼식 '증인'으로 나타나는 바람에, 가족들을 왕따시킨 소박한 결혼식과 도피여행의 중간쯤이 되어 버렸다. 이를 통해 우리는 후딱 해치울 수 있는 결혼식의 마법을 경험했고, 배신감과 소외감을 토로하는 성난 가족들의 원망을 평생 들으면서 살게 되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렸다. 식이 시작되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친구 던스턴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었다. 그것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결혼식 사진이다. 나는 면으로 된 양복을 입고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힌 채 활짝 웃고 있다. 아내는... 빈티지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표정은 알 수 없다.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처럼 보이는 반면, 아내의 몸짓에는 이제 막 최악의 실수를 저지른 여자라는 분위기가 은근히 풍긴다. 마치 속으로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라고 중얼거리는 듯하다.
내가 그녀에게 늘 말해왔던 것처럼,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 가운데 일부는 실수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벤 프랭클린Ben Franklin도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인류가 저지른 실수의 역사는, 모든 점을 고려할 때 그들이 이룬 발견의 역사보다 훨씬 가치 있고 흥미롭다."
오늘날까지 우리 부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내가 아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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