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05

레이먼드 카버, 파리 리뷰 인터뷰. '소설은 뭔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설은 단지'

카버  모나 심슨, 루이스 버즈비; 인터뷰어


인터뷰 중에서

우리가 쓰는 모든 것은 어느 정도 까지는 자서전적입니다.
단, 지나치게 자서전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큰 위험, 또는 적어도 큰 유혹이 됩니다.
약간의 자서전적 요소에다 많은 상상력을 가미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초고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 윤곽을 잡는 것입니다.  ...
그래서 일단 어떤 장면들은 두번째나 세번째 수정본까지 그냥 남겨놓는 거예요.

아시겠지만, 글 쓰는 시간의 많은 부분은 수정하고 다시 쓰는 시간이지요. ...
어떤 이야기의 초고를 쓰는 건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아요. 대개 한번에 앉아서 쭉 쓰지요.
하지만 그 이야기의 각기 다른 다양한 수정본을 만드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니다.
한 단편에 스무 가지나 서른 가지의 수정본이 있는 경우도 있어요.
열 개나 열두 개 이하인 경우는 없답니다. ...

집 안 어딘가에 놓아둔 이야기를 가져다가 다시 수정하는 것보다 즐거운 일은 없지요. ...
톨스토이가 수정을 좋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수정을 엄청나게 많이 했어요 ...
이런 걸 보면 저처럼 초고가 엉망인 작가들이 용기를 낼 수밖에 없지요.


아이작 디넨센은 매일 매일 희망도 절망도 없이 조금씩 쓴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마음에 듭니다. 소설이나 희곡, 시집 한 권이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대한 생각이나 자신에 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시대는 -그런 시대가 설혹 있었다 해도- 이미 지나가 버렸어요.

그러니까 그 이야기들의 배경은 어떤 도시나 지역도 될 수 있답니다....
어쨌든 제 이야기의 대부분은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예술은 우리가 정의 내리는 모든 특징들을 갖추고 있지요. 그러나 예술은 또 한편으로는 우월한 형태의 오락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게 잘못되었나요?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곧 제 삶이 전혀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알게되었답니다.
어쨋든 눈에 띄든 아니든, 제가 알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지 않았답니다.
그때 예술은 제가 시간이 있을 때, 제가 그렇게 할 여유가 있을 때 추구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것, 단지 그런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술은 사치이고 그것은 저 자신이나 제 삶을 바꾸지 않을 거라는 거죠. 예술이 어떤 일도 일어나게 하지 않는다는 걸 어렵게 깨달았답니다. 그렇고 말고요.

뭔가 지속적이고 오래가고 그 자체로 아름다운 어떤 것을 읽는 데서 오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지요. 아무리 희미할지라도 계속해서 불타오르는 이런 불꽃을 쏘아 올리는 어떤 것이랍니다.

좋은 소설은 부분적으로는 한 세상의 소식을 다른 세상으로 전달해주는 것입니다. 그 목적 자체로 훌륭해오. 소설은 뭔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설은 단지 그것에서 얻는 강력한 즐거움 때문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레이먼드 카버.  Raymond Carver. 1938.5.25 - 1988.8.2
'대성당'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 퓰리쳐상 후보에 오른 미국의 소설가이다. 미니얼리즘을 대변하는 듯한 단순, 적확한 문체로 미 중산층의 불안감을 표현하였다. 이러한 그의 작품 특성은 감독 로버트 알트만이 그의 단편소설을 여러 편 조합하여 만든 영화 '숏컷'에 잘 나타나 있다.

*파리 리뷰. Paris Reviews
신간이나 작가 홍보를 넘어선 소설 기법과 글쓰기 방식, 삶에 관한 진솔한 내용. 뉴욕에서 출판되는 잡지 '파리 리뷰'의 작가 인터뷰는 기존 그 어떤 방식과도 달랐다. 이 인터뷰로 '파리 리뷰'는 '타임'에서 '작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문학 잡지'라는 격찬을 받았다. 1953년 창간된 '파리 리뷰'는 60년간 노벨 문학상, 퓰리쳐상, 부커상을 수상한 이미 더는 유명해질 수 없을 만큼 명성을 얻은 세계적 작가들과 인터뷰해왔다.

*본문 출처: 책. '작가란 무엇인가' (파리 리뷰 인터뷰 모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다른출판사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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