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06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읽었어

   얼마 전에 줄리언 반스(영국 소설가,1940년대생)의 수필 '사랑은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를 읽었는데, 내용은 30여 년간 같이 살아온 아내와의 사별 후 반스는 5년여 간을 사회와 격리된 채 생활을 해. 그 사이에 어떤 글이나 작품도 출판하지 않았는데, 이 책에 그간의 내면변화가 담겨 있어. 일단 작가는 무신론자로 유명해. 처음엔 이 책에 세계적으로 쏟아진 찬사,호평 때문에 집어들었는데, 실제로 읽은 건 최근에서네. (인상깊은 호평 중에는 어렴풋하게 기억하지만... '사랑하는 대상에게 바치는 이보다 더 멋진 글은 없다', '글로 지은 타지마할' 같은 게 있었어.)
  그런데 예상과 달리 상당히 글이 차가운 편이었어. 아내의 죽음을 그냥 어찌할 수 없는 그래서 자신의 슬픔도 어찌할 수 없는 그저 세상이 돌아가는 일부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작가의 내면 정리로 끝을 맺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날카로운 일제 고깃 칼로 나는 기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다' 등과 같은 문장들도 있어)
  김연수 소설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이라는데 60년대 유럽과 북미 청년들의 혁명적인 문화를 겪어 온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이라는 게 그 이유 중 하나야. (김연수는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런 이유에서 좋아한대. )
  암튼 줄리언 반스의 수필, '수필'은 그 진정성 때문에 나는 그 장르를 정말 존중하고 좋아하는데, 이 세계적인 소설가의 수필은 말 그대로 '진정성' 그 자체라는 느낌을 받았어. 그리고 현대의 문학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들의 중심에는 역시 '진정성'이 있겠구나하는 인상을 나름 새롭게 받았지. 다른 말로 하면, 예술에는 머리 이면에 반드시 뜨거운 가슴이, 발랄함 이면에는 반드시 무게중심 있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 새삼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보아 온 바로는 자본이 그렇게 휘감고 있는 '현대 영화'에서도, 최고의 사랑과 존중은 모두 그런 진정성 있는 영화들에게 받쳐지고 있는 걸 보아오고 있기 때문일 거야.
2015.04.03
 


*줄리언 반스와 그의 아내 팻.
줄리언 반스의 모든 책은 '팻에게 바친다'라는 헌사로 시작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