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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 2) 상계동 양지마을
서울에 남아 있는 마지막 달동네 두 군데 중 한 곳인 상계동 양지마을에 다녀왔다.
지난번 다녀온 '중계동 104마을'과 비교하면 인기척이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졌다.
104마을이 달동네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마을 곳곳에 활기가 불어져 있는 것 같았다면, 이 곳 양지마을은
마을 사람들의 실생활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104마을이 하나의 큰 언덕에 비교적 넓게 자리잡고 있다면,
양지마을은 이미 언덕의 절반 이상을 빌라단지에 내주고 있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그곳 건물들과 대비되어 보였다.
더 낡아 보이고, 더 침침해 보이고, 더 작아 보였다.
아마 흔히 말하는 달동네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를
이 곳 양지마을이 갖고 있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가진 것이 많지 않고, 힘이 없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눌려 살아간다고
여겨지는 그 '달동네' 말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이곳 양지마을을 둘러보며,
그 말이 어느 정도는 맞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진을 통해 그 동안 '달동네'에서 놓치고 있던 것을 찾아보자.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LPG가스통을 사용한다.
달동네에 낯설지 않다.
건물들 사이로 줄을 매달아 빨랫줄처럼 사용한다.
이것도 낯설지는 않다.
집안에 물건을 둘 곳이 넉넉치 않아
골목담벽에 물건들을 쌓아놓는다.
이것도 달동네하면 흔한 풍경이다.
무엇보다 비좁은 골목골목.
아무리 봐도 달동네같은 모습만 보인다.
오래되고 허름하고 비좁고..
그런데 그런 것들 틈 사이로,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이 사진을 보고 다시, 위의 사진들을 자세히 보았으면 좋겠다.
이곳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어려운 삶 속에서도
식물하나 애써 기를 마음의 여유 하나는 갖고 있었다.
자기만 보고자 하는 것도 아니었고,
지나가는 사람도 보고 흐믓해 할 수 있게
자기 집 앞에 하나씩 내어 기르고 있었다.
슈퍼 앞에 있는 의자들이 모두 낡고 제각각이다.
그런데 꽃과 함께 그것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이 곳 양지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잘 드러내 준다.
물질적 부족함에 마음마저도 그럴 것만 같지만,
이 곳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보름달 같이 온기있고 가득차보였다.
그래서 '달동네'라고 하는건가?
한 골목만 건너가면 재계발되어 줄지어 세워진 빌라들이 가득하다.
이 곳을 지나가다 보면
'달동네'에서 우리가 그간 놓치고 있던 것이 무언인지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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