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훈, 종성, 헌규, 나
어제는 그리웠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 공을찼다.
지난주 친구 결혼식에서 정말 오랫만에 만나 반가웠는데,
그날 헤어지면서 공차자고 해놓고, 오늘 정말 찼다.
그런데.. 날이 공차기에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종성이 팀이 오전10시부터 오후2시까지
철산역 인근 축구장을 빌려서 쓰는데에 나랑 헌규가 같이 간건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림자가 발빝에만 숨어있을 정도에서 해는 강하게 내려쬐고 있었고,
구장은 인조잔디인 덕택에 아지랭이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래도 오랫만에 같이 공찬다는 즐거움으로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었다.
종성이는 친구들이 국내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을 고3때
일본공대 국비유학생으로 일본으로 갔었다.
그리고 지금은 병역담당겸 국내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몇주마다, 그때 일본공대로 갔다 온 동기나 선후배들과
주기적으로 모이면서 같이 공을차고 있었다.
그런데 그 축구하는 날에, 각자의 친구들이 있으면
용병 자격으로 데려와서 같이 공을 차곤 했나보다.
오늘은 나와 헌규가 거기에 용병 친구로 같이 간 거였다.
우리 둘 말고도 도훈이와 찬호도 왔다.
학교다닐 때는 이 친구들 이름만 좀 들어봤을뿐 잘 알지 못했는데,
어제 같이 공차면서, 또 얘기해보면서 조금씩 알게됐다.
고등학교때 친구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정감있는 친구들이었다.
학교때는 몰랐지만 앞으로 꾸준히 만나면서 더 친해지고 싶은 친구들이었다.
(찬호는 부모님이 오셔서 집에 일찍 가냐고 사진은 같이 못찍었다.
그리고 또 한명.
뜻밖에 만난 중1때 같은 반이었던 승섭이도 일본공대 다녀온걸 그제서야 알았다.
다시봐서 반가웠는데, 다른거하고있냐고.. 역시 사진은 같이 못찍었다.)
암튼, 종성이 따라 와서 친구들도 오랫만에 보고 땀흘리며 공도 차서 좋았다.
용병으로 온 우리들은, 회비도 안내고 물냉면을 하나씩 얻어 먹기도 했다.
어제는 주말이었지만 시간이 안되서 못 온 친구들이 더 있다.
공을 차거나 다른 모임이 있어 머지않아 다시 만나게 될텐데,
헌규가 나한테 문득 얘기했듯이 고등학교때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 든다.
사회적 관계가 아니라, 순수하게 친구였던 서로들이었기 때문에 더 정이 간다.
2시 무렵이 되니, 구장을 빌린 또다른 팀이 하나 둘 구장에 들어와 몸을 풀고 있었다.
우리는 경기를 마무리 짓고, 풀어놓았던 짐과 음료수등을 뒷정리했다.
종성이는 동기선후배들과 사우나까지 간다고 해서 먼저 가라고 인사를 했다.
종성이는 붙임성이 좋아서 자기 팀을 축구 외적으로도 잘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학교다닐 때 그런 모습들이 변하지 않고, 지금도 간직하고 있어서
종성이가 참 멋져보이기도 했고, 이렇게 친구들 모일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맙기도 했다.
다다음주에 다시 보자는데, 그날도 정오시간대라 종성이말대로 '사망조심'해야할 거 같다.
승섭이와 도훈이는 각자 차가 있어서 집까지 잘 몰고 가라고 인사했다.
나는 철산역까지 걸어가 7호선을 타고 돌아올려고 했는데,
헌규가 미숙한 운전솜씨지만.. 자기 차로 나를 태워줬다.
원래 철산역까지 한 5분만 타고 올려고 했는데,
이얘기 저얘기 하다보니 어느새 헌규네 집까지 한시간 정도 달려왔다.
그리고도 부족했는지, 헌규네 집근처 한티역 지하에까지 내려가서 얘기했다.
나는 이름도 처음듣는 역에서 집으로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헌규는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인 적도 없었는데 친해진 친구다.
워낙에 정이 많고 남을 잘 배려하는 친구다.
어리광 잘 부리게 생겼는데, 실제 그렇다.
그런데 차를 타고오면서 얘기를 하다보니
헌규도 청춘은 청춘인지, 청춘다운 고민들을 조금은 하고 있었다.
헌규는 지금 직장에서 태양전지 연구팀에서 일하고 있다.
공부하는 걸 싫어해서 연대에서 공대 학부만 마치고 바로 직장을 잡았다.
그렇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자기만의 고민이 있는 듯 했다.
나는 헌규 고민을 잘 들어주기만 했다. 그러다 하나 얘기를 했다.
꾸준히 만나던 친구들과 다음달에 남해로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자고 했다.
사실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아는 사이여서, 또 헌규도 정말 그러고 싶어해서
바로 그날 다른친구들과 함께 가기로 결정됐다.
헌규의 고민을 풀기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여행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여행이든 뭐든
헌규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고민하고 있는 헌규의 청춘이 멋져보였다.
그리고 청춘들과 청소년들이 자기 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내 꿈 중 하나이기 때문에,
헌규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그럴려면 얼마후 친구들을 다시 보게 될때까지
하루하루를 좀 더 노력하며 보내야 할 것 같다.
2013.7.7
김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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