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cutSEOUL
07. 명동성당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 곳은 명동에 있는 천주교구 성당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우리가 사는 곳 주변을 둘러보면 보통 동 단위로 교구가 나뉘어 천주교 성당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지금 있는 곳 가장 가까운 데에는 공릉성당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와 같이 명동성당도 그와 같은 한 곳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이 곳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곧 거기에만 머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내가 특별히 종교가 없음에도, '명동성당'이란 이름을 자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곳에서 행하는 미사나 집회, 강연등이 우리나라의 사회,역사적 중요한 일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며, 또한 이곳으로부터 나오는 목소리가
그 만큼의 비중과 영향력있는 것으로 다뤄져 왔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지만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물결속에서
이 곳은 성지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알고 있다.
6월항쟁의 계기가 되었던 서울대 박종철군의 죽음을
추모하는 미사가 행해졌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오늘날에도 이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곳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요한 바오르 2세 교황의 방문,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활동지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나는 무엇보다 이 곳에서 이루어졌던 한 강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인상이 깊이 남았던 적이 있다.
지금은 모두 돌아가신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의 이야기다.
당시(1997년) 법정 스님께서는 서울 성북동 한 곳에 있던 터와 건물들을 기증 받아
그곳을 '길상사'라는 절로 새롭게 바꾸어 개원하셨다.
그런데 그 절이 새롭게 시작하던 날,
김수환 추기경이 바로 그 자리에 오셨다. 그리고 좋은 앞 날을 위한 축사도 하셨다.
법정스님의 말을 빌리면
추기경님이 '넓은 도량'을 갖고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것이다.
그런데 그 이듬해(1998년) 몇달이 지나지 않아서는
법정스님 역시 그런 분이란 걸 보여주셨다.
추기경님의 축사에 답례하기 위해, 이번에는 법정스님이 명동성당을 찾은 것이다.
신부, 수녀, 신도들 천 여명이 가득 메운 명동성당에서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특별강연을 함으로써
추기경님으로 받은 감사함에 보답하셨다.
이 날은 불교계 인사가 명동성당에서 처음 강연한 날이라 더 뜻깊었다고 한다.
금융위기가 막 시작되며 사회에 거센 물살을 끼얹고 있을 때라
두 분의 모습이 더 의미있고 절실하게 다가왔을 것 같다
경제난과 사회양극화가 뚜렷한
오늘 2013년에 두 분의 지혜를 더이상 전해 듣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이처럼 명동성당은 사회,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하나의 종교를 넘어서는 곳이며, 하나의 계층을 넘어서는 곳이다.
물론 그렇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오늘 내가 둘러보고 온 명동성당은 그런 모습들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나의 동네 성당과 같은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
그곳에는 시민들의 일상이 있었고, 관광객들의 설레임이 있었고,
신도들의 믿음이 있었다.
그들 모두는 입술을 움직이는 듯 마는 듯 하며,
저마다 무엇인가 소망을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 곁을 지나가며 거리를 두지는 않았다.
그들의 소리가 나를 멀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과 나를 맞이하는 명동성당 곳곳을 둘러보며
벽돌 틈으로부터, 촛불의 온기로부터, 적막한 어둠으로부터
신비로운 소리들을... 또한 들을 수 있었다.
명동성당
'단 한 가지의 사건이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내 내면의 이방인을 깨워놓을 수 있다.'
A Single event can awaken within us
a stranger totally unknown to us.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Antoine de Saint-Exupery
성당 외부를 둘러보고 있는 관광객들
'전심을 다해 보낸 하루는 세상을 발견하는 데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One day, with life and heart, is more than time enough to find a world.
- 제임스 러셀 로웰
James Russell Lowell
쉼터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시민들
'사랑하고 자주 상처를 입는 것,
그럼에도 또다시 사랑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용감하고 행복한 삶이다.'
To love, and to be hurt often,
and to love again - that is the brave and happy life.
- J. E. 부시로즈
J. E. Buchrose
신도와 방문자들이 소망을 빌며 하나 둘 켜놓은 촛불들
'무엇인가 더 큰 일울 이루려고 한다면, 활동하는 데 만족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꿈을 꾸어야 한다.'
To accomplish great things, we must dream as well as act.
-아나톨 프랑스
Anatole France
지하 성당에 있는 고해성사 공간
'속에 있는 것을 모두 다 겉으로 표현해내야만
보다 맑고 순수한 흐름이 나올 수 있다.'
It is only by expressing all that is inside
that purer and purer streams come.
-브렌다 어랜드
Brenda Ueland
성당 내부 문 위에 있는 스태인드글라스
'사람은 스테인드 글라스와 같다.
햇빛이 밝을 때는 반짝이고 빛나지만, 어둠이 찾아 왔을 때는
내면의 빛이 있어야만 비로소 그 진정한 아름다움이 모습을 드러낸다.'
People are like stained glass windows.
They sparkle and shine when the sun is out,
but when the darkness sets in, their true beauty is revealed
only if there is a light from within.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Elisabeth Kubler-Ross
사람들이 미사에 참석중이다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선행은
당신의 것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The greates good you can do for another is not
just to share your riches, but to reveal to him his own.
-벤저민 디즈레일리
Benjamin Disraeli
누군가 미사가 끝난 뒤 혼자 남아 기도하고 있다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불완전한 것들을 완전한 것들과 똑같이
가치 있게 여기기 위한 방법이다.'
To accept ourselves as we are means to value our
imperfections as much as our perfections.
- 샌드라 비리그
Sandra Bierig
성당을 나서는 길에 비가 조금씩 쏟아지고 있었다.
보슬비라 눈에 잘 보이지도, 내리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내 얼굴과 팔, 다리에 닿는 감촉만으로
내가 비를 맞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명동성당은
그 감촉 하나에도 감사해야 함을
나에게
들려 주고 있었다.
...
'인격은 편안하고 아무 일 없는 고요한 시기에 성장하지 않는다.
오직 시련과 고난을 겪은 후에
영혼이 강해지고 패기가 생기며 성공할 수 있다.'
Character cannot be developed in ease and quiet.
Only through experience of trial and suffering can
the soul be strengthened, ambition inspired,
and success achieved.
- 헬렌 켈러
Helen K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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