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은 매우 작은 공간이다.
부족하면 부족했지 더한 거는 없는 곳이다.
그래서 누구한테 보여주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이 고시원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 늘 깨어있으라고 한다.
서울로 처음오게 되며 살기 시작한 고시원인데,
5년 후 나에게 보여주며
지금의 시간들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
또 조그만 추억으로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 기록으로 남겨둔다.
침대에서 한번 굴러 떨어지면 더 굴러갈 곳이 없다.
그래도 공간 활용을 잘해서 인지 이 작은 방 한 곳에
여러 짐들을 들여놓고 살 수 있다.
침대가 다행히 내 키보다는 크다.
밑으로는 수납공간이 있어서 속옷,양말,면티 등을 넣어둘 수 있다.
벽에 지지되어 있는 봉에 꼭 필요한 옷들만 걸어 놓는다.
그래도 게으른 탓에 그 중에 몇개만 골라입게 되는 것 같다.
한쪽 벽에는 서울지도를 붙여놨다.
브로마이드 크기라서 서울을 둘러보러 나갈 때
한번 살펴보는 것으로 딱 좋다.
개인 신발장이 완전 외부에 있는데, 그 곳에는 신발이 두 개 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벽에 걸린 옷걸이에, 신발이 들어 있는 주머니들을 걸어놓는다.
이렇게 해놓고 나니 신발 정리는 잘 되지만, 역시 게으른 탓인지 잘 안 꺼내 신게 된다.
이곳에 큰 우산과 가방도 걸어둔다.
책이나 옷을 둘곳이 없는 것들은 박스에 넣어 벽 한쪽에 쌓아놓는다.
그 옆에는 욕실용품이나 빨래용품을 다닥다닥 붙여놓는다.
공간활용이 잘되고 있는 지점이다.
그런데 비상문 표지판이 눈에 띈다.
가끔씩 문위에서 떨어지면 저기에 올려둔다.
이곳도 공간활용이 잘 된 곳이다.
무엇보다 옷장안에는 옷들이 조금 가득히 있다.
그래서 또 잘 안 꺼내 입는 일이 반복된다.
그 앞 종이가방에는 수건을 잘 개어 넣어둔다.
왼쪽으로 이층 짜리 수납 공간에는,
학용품이나 물병, 스킨/로션 등 비교적 손이 자주 가는 것을 놓아둔다.
수납장 위에는 지금까지 둘러본 것들의 보충품 같이 손이 가장 안가는 것들을 놓아둔다.
책을 놓아둘 곳이 많지 않아,
이렇게 쌓아 둔다.
저 안쪽 아래에 있는 책들을 꺼내 읽을 땐 조금 힘들다.
서울에서 처음 생활하게 된 이 곳 고시원.
아직 이 곳에 대해 결론 짓는 말들은 할 수 없다.
나는 아직 여기에 살고 있으며,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고시원, 여름에는 덥다.
2013.7.18
김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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