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06

Books: '생각의 탄생' - 로버트 & 미셸 루트번스타인


저자의 말

'창조적 사고에 대한 우리의 접근법은 통합적이고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따라서 ‘종합적 이해’라는 직물을 짜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지식들이라는 실을 먼저 풀어놓지 않을 수 없다. 전문화 추세가 가속화 되면서 지식은 파편화되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작 그것들의 기원이나 의미는 무엇인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거의 파악하지 못한다. 전문적 지식의 양은 늘어나는 데 비해 학문 간의 교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종합적 이해력은 퇴보 일로에 있다. 현대사회는 지식의 풍요 속에서 오히려 암흑기를 맞고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설은 오로지 새로운 방식으로 지식을 재통합하고, 이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잇는 신르네상스인을 양성할 때 이겨낼 수 있다.

통합적 이해는 세계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다.'




*창조를 이끄는 13가지 생각도구


 교육자나 독학자, 부모들이 맡아야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실재와 환상, 이 둘을 재결합하는 일. 창조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 방법을 알려준다. 그들이 각자 발견한 것들을 한군데로 모은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생각의 도구들’인데, 이것이야말로 창조적 이해의 핵심이다. 이 도구들은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그리고 통합이다.

세상에 관한 모든 지식은 처음에는 관찰을 통해 습득된다.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을 보고, 몸으로 느기는 것들 말이다. 이런 느낌과 감각을 다시 불러내거나 어떤 심상으로 만들어 머릿속에 떠올리는 능력이 바로 형상화다. 실제로 과학자나 화가, 음악가들은 그들이 실제로 보지 못한 것을 마음의 눈으로 보고, 아직 세상에 나온 적이 없는 노래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한번도 만진 적 없는 어떤 것들의 질감을 느길 수 있다.

 그런데 이 감각적 경험과 감각적 형상은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창조적인 사람들은 필수적인 생각도구로서 추상화를 활용한다. 피카소 같은 화가건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건 헤밍웨이 같은 작가건 간에 그들은 복잡한 사물들을 단순한 몇 가지 원칙들로 줄여나갔는데, 추상화는 바로 이것을 일컫는다.

 이 단순화는 자주 패턴화와 짝을 이룬다. 이 패턴화는 다시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패턴인식은 자연의 법칙과 수학의 구조를 발견하는 일뿐만 아니라 언어와 춤, 음악의 운율을 발견하는 것이고, 그림의 경우 화가의 형식적 의도를 감지하는 일과 가ᅟᅩᆫ련되어 있다. 패턴을 안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첫 걸음이다. 음악이나 미술, 공학, 혹은 무용, 그 어떤 분야이건 간에 기발한 패턴을 형성한다는 것은 단순한 요소들을 예상 외의 방법으로 조합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패턴이 스스로 패턴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게다가 패턴 속에 들어 있는 패턴을 인식한다는 것은 곧 유추로 이어진다. 명백히 달라 보이는 두 개의 사물이 중요한 특질과 기능을 공유하고 있음을 깨닫는 일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문학과 예술작품, 불후의 과학이론, 공학적 발명을 이루어내는 일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이다.

 생각도구들은 언어와 상징 이전의 것이다. 바로 몸으로 생각하기가 정확히 그런 것인데, 생각이란 것이 먼저 감각과 근육, 힘줄과 피부를 타고 느김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말과 공식을 발견하기 훨씬 이전부터 수많은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의 덩어리가 솟아오름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몸의 감각과 근육의 움직임, 감정들은 보다 정련된 사고의 단계로 뛰어오르게 하는 도약대 역할을 한다. 운동선수와 음악가는 동작의 느낌을 상상하고, 물리학자와 미술가는몸 안에서 전자나나무의 움직임과 긴장을 감지한다. 감정이입은 몸으로 생각하는 것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많은 창조적인 사람들은 뭔가를 생각할 때 자기 자신을 잊는다고 말한다. ‘나’를 잊조 ‘그것’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배우들은 맡은 배역을 자신의 일부로 만든다. 과학자나 의사, 화가 역시 배우들처럼 일종의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이나 동물, 나무, 전자, 별이 된다. 생각도구 가운데 공간적 경험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다차원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다차원적 사고란 어떤 사물을 평면으로부터 끌어내어 3차원 이상의 세계로, 지구로부터 우주로, 시간을 통과하여 심지어 다른 세계로 옮길 수도 있는 상상력을 일컫는다. 이것은 생각도구들 중에서 가장 알려지지 않은 도구지만 공학, 조각, 시각예술, 의학, 수학, 천문학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평면적 차원의 ‘그림’을 보다 높은 차원 속으로 옮겨 해석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개괄한 생각도구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다. 그중 어떤 것도 다른 것들과 따로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다. 몸으로 생각하기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과 분리될 수 없다. 유추는 패턴인식과 패턴형성에 의지하고 있다. 패턴화는 다시 관찬ㄹ에 의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고 실습하는 과정에서는 각각의 생각도구들을 분리할 수 있다.

 그 밖의 생각도구들은 보다 높은 단계의 것들로서, 기본적인 생각도구들을 기반으로 통합한 것들이다. 어떤 대상과 개념을 모형으로 만드는 것은 다차원적 사고, 추상화, 유추, 손재주의 결합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시인과 작가들은 앞세대의 작가들이 남긴 전범을 보면서 장르의 패턴을 익히낟.

 화가나 조각가들은 대형작품을 제작하는 준비단계로 스케치를 하거나 작은 모형을 만든다. 무용수들은 일반 사람들의 동작에서 안무를 뽑아낸다. 의사들은 특수한 인체모형을 놓고 시술과정을 배운다. 엔지니어들은 작업모형을 다루면서 설계를 검토하낟.

 놀이는 도 다른 통합적인 생각도구로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역할 연기와 모형 만들기 등의 생각도구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놀이는 작업에 즐거움을 불어넣어주며 관습적인 절차나 목표, 게임의 법칙 등을 크게 중시하지 않느낟.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과학과 예술, 기술의 한계에 장난스럽게 도전한다는 것은 기발한 생각들이 탄생하는 가장 흔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변형은 하나의 생각도구와 다른 생각도구 사이, 그리고 생각의 도구들과 공식적인 의사전달언어 사이에서 일어나는 변환과정이다. 생활에서 우리는 마음이나 몸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을 통해 문제를 포착한다. 그러나 그 해결책에 대해서는 말이나 동작, 혹은 방정식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표현해야 하낟. 느낌에서 의사전달로 이행하는 데에는 거쳐야 할 일련의 단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문제를 이미지나 모형으로 변환하고, 면밀한 관찰과 실험을 통해 패턴을 찾아내고, 패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가지고 추상화하여 그것을 다시 모형으로 만든다. 그런 다음 감정이입과 역할 연기를 통해 다양한 해결책들을 모색하며 ‘놀아’본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자신이 깨달은 것을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는 ‘언어’를 찾는다. 변형은 나머지 다른 생각도구들을 한데 엮어서 하나로 기능하는 전체로 만들고 가각의 기술을 다른 기술들과 상호접합시킨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통합은 지금까지 설명한 생각도구들의 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해한다는 것은 항상 통합적이며 많은 경험의 방식들을 결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통합에는 두 개의 기본적인 요소가 있다. 하나는 공감각으로, 이는 동시에 복수적으로 감각하는 것을 일컫는 신경학적·예술론적 용어다. 어떤 소리는 색채를 유발하며 어떤 맛은 촉각이나 기억을 불러낸다. 통합은 지식의 통합을 전제로 한다. 통합된 지식 안에서는 관찰, 형상화, 감정이입과 기타 생각도구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한다. 이 작용은 앞서 설명한 변형의 경우에서처럼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면 기억, 지식, 상상, 느낌 등 모든 것들이 따로따로가 아닌 전체로, 그리고 몸을 통해서 이해된다. 이 단계에서 토크를 숫자로 표시하는 방정식이 실제로 문을 열 때 손에 느껴지는 회전력으로 직접 다가온다. 우리는 이것을 몸과 마음, 감각과 분별력을 이어주는 ‘통합적 이해’, 혹은 종합지라고 부르는데 이것이야말로 생각도구를 가르치는 일의 최종목표라고 할 수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