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의 세례명은 아네스.
간병 일을 하며 외손자와의 생계를 꾸려가는 미자.
손자의 미성숙한 태도에 원망과 연민을 동시에 느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일상에서 시를 찾아내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생계를 꾸리는 일 속에서는, 권력의 부당성에 의한 비도덕적인 요구를 받는다.
그러다 알츠하이머를 진단받는다.
가끔은 흔한 단어들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피해 여학생의 위자료를 마련해야하는 부담을 떠안는다.
어느 날
미자는 피해 여학생이 스스로 몸을 던진 강 물 위의 다리찾아가서 발걸음을 옮겨본다.
뿌리쳤던 권력의 부당한 요구를 직접 찾아가 수용한다.
손해배상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던 차에, 가해자 남학생들의 부모들은
피해 여학생의 홀어머니와 직접 만나 문제를 조율해볼 것을 제안하고
미자는 그 아이의 집이 있는 마을을 찾아 간다.
마을을 찾아가 우연히 만난 한 여인에게 많은 말들을 주고받다 뒤돌아서는 길에, 그녀가 그 아이의 어머니 였음을 뒤늦게 알아챈다.
그러면서 시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는다.
시의 순수성과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시가 쉽게 써지지 않는것에 대해, 가슴속에 담겨있는 것들이 펼쳐지지 못하는 것에 홀로 눈물을 흘린다.
손자에게는 성찰의 기회들을 마련해주지만 수용하지 못하는 손자에게 낙담한다.
이제는 위자료를 급히 마련해야하는 시간이 됐다.
미자는 권력을 이용한다. 정확히는 부도덕한 권력을 행사한 자에게, 사회적 수치로 되돌려 주겠다고 협박 비슷한 것을 한다. 그렇게 돈을 받아낸다.
손해배상을 모두 하게 된 미자는
손자에게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할 것을 충고한다.
그러나 손자는 그 죄 값을 치르는 길로 인도되게 된다.
시 강좌의 마지막 날.
애초에 말했던 데로, 시를 한편씩 써서 내는 날.
그러나 다른 사람 모두는 시를 써오지 않았다. 어렵다는 이유로.
시인 선생님은 말한다. 시를 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시를 쓰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오직 이 자리에 오늘 출석하지 않은 주인공, 양미자만이 시를 써서 냈다.
* ‘아네스의 노래’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느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맞추는 풀입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에 그오랜 기다림. 아버지의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랫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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